이승진이 최성원을 꺾고 PBA 첫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사진은 지난 8일 경기 고양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4차 투어 SY베리테옴므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승진의 모습. /사진=프로당구협회(PBA) 제공
"너무 행복하고 기분 좋다. 다른 표현이 생각이 안 난다" 데뷔 7년 차에 첫 우승을 차지한 이승진은 기쁜 표정으로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승진은 지난 8일 경기 고양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4차 투어 SY베리테옴므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 최성원을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대해 "전체적으로 이번 대회는 저한테 운이 좀 좋았던 것 같다"며 "내가 잘 쳤다기보단 상대 선수들 우연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진이 PBA 강호 중 한명인 최성원을 꺾고 데뷔 7년 차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지난 8일 경기 고양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4차 투어 SY베리테옴므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승진(오른쪽)과 최성원의 모습. /사진=프로당구협회(PBA) 제공
결승 상대인 최성원에 대해선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다. 1~3세트 저한테 기회가 많이 왔는데 그에 비해 내가 잘 못 쳤다"며 "4세트 역전당하면서 좀 불안했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 최성원 선수가 발동이 걸리면 못 막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승진은 2019-20시즌 PBA 출범 투어(파나소닉 오픈)부터 함께했지만 그동안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데뷔 7년 차에 접어든 올시즌 55세의 나이에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승진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냐'는 질문에 "PBA 투어 출범부터 함께했는데 솔직히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라며 "개인적으로 우승만 바라보고 공을 쳤던 건 아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좋은 경험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PBA에 합류했다"고 답했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를 따라 우연히 접했던 당구가 이승진의 인생을 바꿨다. 그는 군대에 갔을 때를 제외하곤 당구를 놓은 적이 없다. 이승진은 "선수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1998 방콕) 아시안게임에 당구가 정식 종목이 되면서 국가대표에 도전해보겠다고 생각했다"며 "선수도 서른 즈음에 뒤늦게 시작했다"고 웃었다.
이승진이 PBA 첫 우승의 기쁨을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나눴다. 사진은 지난 8일 경기 고양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4차 투어 SY베리테옴므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승진(오른쪽)이 아내와 기쁨을 나누는 모습. /사진=프로당구협회(PBA) 제공
한때 생활고로 당구를 포기할 뻔했지만 자신을 믿고 밀어준 아내 덕에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승진은 우승이 확정된 직후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기쁨을 나눴다. 격한 포옹과 입맞춤으로 사랑꾼다운 면모를 뽐냈다. 덕분에 '대구 최수종'이란 별명도 얻었다.

이승진은 "2009년 아내와 결혼했는데 당시엔 당구장 매니저를 하고 있었다"며 "결혼하고 아내한테 '1년 만 당구를 쳐보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밀어줬다. 여러 대회 입상도 하고 했지만 2000만원 정도 적자를 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살아야 해서 선수를 그만두고 당구장을 차렸다. 한 3~4년 정도 당구장을 운영했고 한 10년 전쯤 접었다"고 설명했다.


이승진은 이번 시즌 국내 선수 중엔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정말 많은 선수한테 연락이 왔다. '희망이 됐다'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고 기뻐했다. 성적 상승의 비결에 대해선 "계속 PBA에서 뛰다 보니 당구가 늘었다. 랭커들이나 젊은 선수들 치는 거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며 "지금도 당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기분 좋기도 하다"고 답했다.

끝으로 이승진은 '다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쉽진 않겠지만 물론 하고 싶다"며 "첫 우승까지 7년이 걸렸는데 다음 우승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우승 못해도 상관은 없다. 당구가 좋고 칠 때 가장 행복하다"며 "대구에서 KTX를 타고 킨텍스를 오는 순간이 너무 설렌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