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에 따르면 지난 10일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SK에코플랜트에 대해 '중과실' 판단을 내렸다. SK에코플랜트는 담당임원 면직 권고·직무정지 6개월과 대표이사 과징금 5000만원, 감사인 지정 2년의 제재를 받게 됐다.
SK에코플랜트에 대한 제재 결정은 회계부정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힌 이재명 정부에서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징계받은 첫 사례로 주목받는다. 증선위에 따르면 2017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개정 후 유사 처분이 다수 있었지만 임원 면직 권고와 같은 조치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제재에 속한다.
2017년 10월 개정된 외부감사법 개정안은 회계부정이 적발될 경우 대표이사와 담당임원에 대해 해임·면직 권고, 직무정지, 과징금 등 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외부감사인에 대해서도 직무정지, 지정감사 배제, 손해배상 등 책임이 확대됐다. 법 개정 이후 올 상반기까지 적발된 회계부정 사례는 총 490건,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약 1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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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고의'로 판단해 검찰 고발 의견을 냈다. 그러나 증선위가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제재 수위를 한 단계 낮추면서 SK에코플랜트는 검찰 고발을 면했다.
증선위 관계자는 "원안에서 '고의적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적용해 대표이사 해임, 수십억대 과징금, 검찰 고발을 요구했지만 증선위원들은 고의성이 없는 사안으로 판단했다"며 "회사와 관계자 4인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되고 상세 내용은 한 달 후 의사록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산하 회계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도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과대계상 건과 관련해서 금감원은 '고의'라고 판단했지만 심의 결과 한 단계 낮은 수위인 '중과실'로 결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의 매출은 제품이나 용역 제공 등 수행 의무 이행 이후 계상해야 하지만 SK에코플랜트는 수주산업 특성상 신규 사업 매출을 앞당겨 계상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반기업과 수익 인식 시점이 달랐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건설업과 관련이 없는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의 회계처리 내용으로 본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이 회계부정을 다소 안일하게 본 측면이 있었는데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따라 기업들도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계약이나 건설공사는 진행률에 따라 수익 인식의 적정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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