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병호 한국교통대학원 교수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처법 중간점검 및 인명사고 방지에 대한 정책적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새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핵심 내용은 처벌 강화"라며 "실질적인 예방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들의 반응이 핵심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5일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영업이익 5% 이내 과징금 등을 규정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함 교수는 "대기업과 소기업의 매출 대비 순이익이 각각 5.4%, 4.7% 수준인데 이익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면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처벌 강화에 대응하는 기업은 움츠러들고 회피 본능을 자극하게 된다. 법이 현실과 괴리돼 기업들이 회피 수단을 찾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 중대재해의 발생 원인은 안전·보건조치를 비롯해 공기, 공사비 등 여러 구조 문제에 있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처벌 강화만이 사고 예방을 가능하게 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논의한 후에 사고를 처벌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기업과 소기업을 분리해 정책이 집행돼야 하고 소기업의 중대재해를 줄이는 방안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작업자들에게 RNR(업무 분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기업 지원 전담조직 신설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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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로펌 선임하는 기업들… "적정 공기·공사비 확보 우선"━
이동영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난달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영향 분석'을 토대로 발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27일 시행된 뒤 3년 이상 지났지만 산재 사망자 수는 감소하지 않았다.산재 사망자 수는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 2024년 2098명으로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된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사망률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관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산재 예방 효과가 아직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률 감소는 중소 사업장이 경각심을 갖고 준비한 결과로 보이고 사망률이 가장 높은 5인 미만 사업장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안전 투자보다 최고경영자(CEO) 처벌 회피를 위한 서류 작업, 법률 대응에 집중하는 것을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인식했다. 이 조사관은 "기업들이 법률 대응에 나서면서 수사가 지연되고 처리 기한이 장기화됐다"며 "검찰 수사가 6개월을 초과한 경우가 56.8%에 달하는데 사례가 축적되지 않은 현상이지만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조속한 진행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또다른 특징으로 높은 무죄율과 낮은 유죄 형량도 지목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1심 판결을 받은 56명 중 유죄는 50명, 무죄는 6명으로 무죄 판결 비율이 10.7%다. 일반 형사공판사건 무죄 비율(3.1%) 대비 3배 높은 수준이다.
이 조사관은 "실제 법원 판결을 보면 평균 형량이 1년1개월로 규정보다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피의자 56명 중 절반이 원청 경영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사업주 처벌에 대한 입법 효과가 부분 인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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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안전관리·구조 개선 필요━
토론에서는 기업이나 경영자 등 특정 주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보다 사고 발생 원인을 분석해 근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김대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게으른 사업주의 태도를 처벌로서 교정할 수는 있지만 현장에서는 개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미시적인 공방으로 흐를 수 있다"면서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페이퍼 워킹 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태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발주자는 적정 공기와 공사비를 제시하고 원청은 하도급사를 포함한 통합 안전관리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며 "협력사는 안전관리 투자를 지속하고 근로자도 안전수칙 준수와 위험성 평가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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