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0.46%로 지난해 같은 기간(0.36%)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사진은 서울 도심 상가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벤처투자 시장에 돌리기 위해 은행권의 자본규제를 손질한다.

국내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 하한을 15%에서 20%로 올리고 단기매매 목적 투자의 비상장주식이나 벤처캐피탈에 한해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250%로 내린다. 주담대 취급을 줄이고 그 자금을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거나 기업대출을 확대하라는 취지다.


정부가 금융 국정과제로 생산적 금융 방침에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19일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은행권의 자본규제 개선 방향을 밝혔다. 먼저 은행 주담대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 하한을 현행 15%에서 20%로 조정해 내년 주담대 신규 공급액을 올해 보다 약 27조원 줄인다. 은행이 연간 신규로 공급하는 주담대 275조원의 10%에 해당한다.

주담대 위험가중치가 20%로 올라가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이 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보통주 자본비율은 떨어진다. 보통주 자본비율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들은 당장 내년부터 주담대 신규 공급액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비상장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250%가 적용, 단기매매 목적으로 투자된 비상장 주식 또는 벤처캐피탈에 한해 위험가중치 400%가 적용된다. 금융위는 주식 위험가중치 합리화에 따라 위험가중자산 31조6000억원이 감소, 투자 여력이 확대된다. 기업대출 평균 위험가중치(43%)로 환산할 경우 73조5000억원까지 투자여력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분기 주담대와 주식·펀드 위험가중치 관련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추진한다.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회사 전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은행권 추가 개선과제를 지속 검토하고 다음달 중 보험업권 자본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억원 위원장은 "생산적 정책금융, 금융회사, 자본시장 전환 과제들은 다양한 전문가, 수요자 등이 참석하는 실무 TF를 구성해 방안을 마련하는 대로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통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금융권과 금융 수요자 모두에게 언제든지 생생한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적극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늘어… 무수익여신 3.5조 달해
관건은 경기 둔화 속에 늘어나는 연체율 관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6%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 연체율 0.14%와 비교하면 0.60%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중소법인은 0.79%, 개인사업자는 0.66%로 집계됐다.

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늘어나는 상황에 은행권의 건전성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0.46%로 지난해 같은 기간(0.36%)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은 0.32%에서 0.48%로 뛰었고 하나은행도 0.29%에서 0.40%로 올랐다. 농협은행은 0.53%에서 0.61%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대출 연체가 늘면서 무수익여신도 급증했다. 상반기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3조562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5807억원) 대비 38% 증가했다.

통상 은행은 90일 이상 원금을 못 갚고 이자도 상환하지 못한 대출을 무수익여신으로 분류한다. 은행권에선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보다 손실 우려가 큰 악성 채권으로 본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건설업과 도소매업 등에서 종사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출 부실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6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건설업 연체율(산술 평균 기준)은 기준 0.79%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8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도소매업 연체율도 지난해 말 0.52%에서 0.63%로 뛰었다.

은행들은 부실 대출 확대에 대비해 채무조정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소상공인 연체율을 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꾸렸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자산건전성 관리 태스크포스팀(TFT)과 연체 대출 관리 TFT를 통해 부실 위험 차주의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수 부진으로 소상공인 대출 연체가 늘어나는 상황에 상당수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정 이하 여신이나 무수익여신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은행권의 건전성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