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이노베이트 사옥. /사진=롯데이노베이트
롯데이노베이트가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화재를 겪으며 한때 안전한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대표주자로 불리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3년 전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모범 사례로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민간 데이터센터 중 드물게 화재를 낸 곳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일 대전 유성구 장동에 위치한 롯데이노베이트 대전센터 기계실에서 불이 발생했다. 당시 화재는 새벽 4시55분쯤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당국이 출동했는데 소방 인력 58명, 경찰 4명이 투입돼 30여분 만에 완진됐다.


화재는 건물 1층 기계실 내 설치된 UPS(무정전 전원공급 장치) 모듈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내부엔 4명이 근무 중이었고 2명이 단순연기흡입으로 현장 처치가 진행됐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발화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고 단시간 내 진압돼 인명 피해나 주요 데이터 손상은 없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서울에 주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고 이번 화재가 난 대전 데이터센터는 재해복구센터(데이터백업센터)다. 대전센터는 그룹 계열사 및 외부 고객의 데이터 백업 업무를 담당하는 시설로 시스템 장애나 자연재해 등 유사시 데이터 복원 역할을 수행한다.

UPS는 정전이나 전원 공급 불안정 시에도 연결된 장비에 임시 전력을 공급해 연속적인 작동을 보장하는 비상 전원 장치인데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돼 화재 위험이 크다. 리튬 배터리에 불이 옮겨 붙으면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져 데이터 손실로 인한 시스템 마비는 물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앞서 지난달 26일 밤 화재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정부 공통 클라우드 시스템 'G드라이브'가 전소돼 약 12만5000명의 국가직 공무원 개인자료가 통째로 소실됐는데 일주일 만에 롯데이노베이트 IDC에서도 이 같은 배터리 화재 사고가 난 것이다.

특히 UPS는 3년 전 디지털 대란을 일으킨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안전관리가 강조됐지만 학습효과가 없었다는 비난이 뒤따른다. 2024년 7월부터 전기안전관리법 및 전기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UPS를 사용전검사 및 정기검사 대상에 포함했지만 현실에선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연기가 내부에서 피어오르는 수준으로 피해 규모가 작았다는 입장이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화재 규모가 컸던 만큼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이번 사고가 롯데이노베이트 브랜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SI업계 관계자는 "백업센터의 UPS라 상대적으로 소홀했을 수 있다"며 "명확한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3년 전 사태에서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