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날 국내사업본부장과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교체하며 올해 인사의 신호탄을 쐈다. 다음 주까지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사장단 등 임원 인사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이끌 기술 인재를 보강할 전망이다.
이번 인사의 관심사는 현대로템 수장 자리이다. 교체설의 가장 큰 배경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몇 년 간 힘주어 추진해온 세대교체 인사 기조다. 이 사장은 1961년생으로 2020년 3월 취임해 약 6년 동안 대표직을 유지했다. 일반적으로 2~3년 주기를 보이는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자 현직 CEO 가운데 최장수 기록이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은 1970년대생 젊은 임원들을 전면배치하며 조직의 유연성과 기동성을 강화해 왔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19 60년대생 CEO의 장기 집권은 인사 적체를 심화시키고 차세대 경영진의 성장 기회를 막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CFO 출신 '재무통'으로 현대차 경영기획담당·현대위아 기획 등을 거쳤다. 취임 당시 현대로템은 철도·방산·플랜트 전 부문이 수익성 악화에 빠져 있었고 그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재무 정상화'였다.
성과도 있었다. 부실 사업 정리, 재고 축소, 비용 구조 개선이 진행되며 현대로템은 최근 수주 잔고·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로템이 이미 '비상 경영 단계'를 벗어나 안정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현대로템의 방산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앞으로는 미래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현대로템은 글로벌 방산 패키지 수출 확대, 수소전동차·무인전투체계·전동화 플랫폼 등 신사업 투자, 북미·유럽 인증 시장 진입 등 기술 중심의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관리형·재무형 리더십보다 엔지니어·전략기획 기반의 차세대 리더십이 필요한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대외 리스크도 이 사장 체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초 현대로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해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비난이 제기됐다. 현대차그룹이 전 계열사에 걸쳐 안전·준법 중심의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고는 조직 전반에 부담 요인이 된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협력사가 제기한 기술 탈취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공공 조달 비중이 높은 철도·방산 기업 특성상 '상생·공정성'은 사업의 신뢰와 직결된다.
현대로템은 방산·철도·친환경 모빌리티 등 빠르게 변하는 산업을 다루는 만큼,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구조도 민첩함이 필수다. 최근 3년간 글로벌 방산·철도 시장은 기술 경쟁과 인증 리스크가 강화되면서 전략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필요성을 키웠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장의 거취는 단순한 교체 여부가 아니라 현대로템의 '차세대 성장판'을 어떤 리더십으로 열어갈지에 대한 그룹의 전략적 판단과 직결된다"며 "올해 인사가 현대로템의 미래 사업 체계를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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