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떠오르며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우측)과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의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떠오르며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와 롯데카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 투자 기업 관리 부실에 대한 대주주 책임론이 집중 부각되면서 '자율과 성과'라는 이름으로 시장의 경계 밖에 머물렀던 PEF들이 정치와 감독의 정면에 서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동안 김병주 회장은 해외 일정 등을 이유로 국회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나 검찰은 지난 5월 미국 국적인 김병주 MBK 회장에 대해 출국 정지 절차를 밟았다.


이날 정무위는 김 회장을 상대로 경영 개입의 적정성과 사회적 책임 이행 문제 등을 집중 추궁했다. 한창민 의원(사회민주당·비례)은 "김병주 회장은 국민 기만을 인정하지 않겠지만 1조원 정도를 사재 출연해 회생할 것처럼 했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폐점 구조조정으로 1만명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납품업체 1800개가 피해를 입을 상황으로 내몰려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감에서 MBK를 향한 공세는 정무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MBK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4개 주요 상임위 국감 증인 명단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는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발단은 MBK가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의 매각 추진 및 기업 회생 사태와 롯데카드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다. 두 사건 모두 MBK의 지배적 경영 개입과 그에 따른 관리 책임 소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의 PEF 논란은 2015년 이후 급팽창한 시장 규모와 무관하지 않다. 2015년 전문투자형 PEF 운용사 설립 절차가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대폭 완화되고 자기자본 요건 또한 10억원까지 낮아지면서 PEF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PEF 결성 규모는 136조4000억원에 달하며 PEF 수는 1126곳으로 집계됐다. PEF를 운용하는 GP 숫자 역시 2007년 말 35곳에서 2023년 말 422곳으로 급증하며 시장 성장을 뒷받침했다.
MBK 사태를 계기로 배당 극대화와 단기 차익 실현만을 좇는 PEF의 이른바 '먹튀식 투자'가 이번 국감을 통해 본격적으로 조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김성아 기자
일각에서는 MBK 사태를 계기로 배당 극대화와 단기 차익 실현만을 좇는 PEF의 이른바 '먹튀식 투자'가 이번 국감을 통해 본격적으로 조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사례에서 보듯, PEF의 약탈적 투자 행태가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저해하고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금융당국 또한 PEF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인정했다. 권대영 금융부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MBK에 좀 더 사회적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PEF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제도 개선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PEF 업계 전반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 정비를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도 PEF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민병덕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시동안구갑)은 이날 PEF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거나 경영에 참여할 경우 지배구조, 재무상황, 경영변화 등 주요 정보를 공개하게 함으로써 시장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국내 PEF 산업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서며 국민 생활과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 지금, PEF의 활동은 더 이상 '민간의 문제'로 한정되기 어렵다는 데 입을 모은다. 앞서 한국금융연구원도 PEF 운용사의 금융시장 리스크 관련 정보 보고를 강화하고 중대한 법 위반 시 등록을 말소해야 한다는 등 PEF 감독체계 전반을 재정비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홈플러스 사례가 단적으로 보여주듯 PEF들이 단기적·중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협력업체와의 상생이나 투명한 경영과는 역행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며 "PEF의 역기능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안과 대책을 정부가 당연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