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20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한 고시원에서 방화·흉기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건 피의자 정상진이 수년 동안 기록한 메모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2008년 10월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고시원에 화재 경보음이 울렸다. 놀란 거주자들이 화재 연기를 피해 고시원을 뛰쳐나오자 한 남성이 흉기로 그들을 찔러 살해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숨졌고 7명이 다쳤다.
세상에 대한 분노로 저지른 최악의 범죄
2008년 10월20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한 고시원에 거주 중이던 정상진이 묻지마 방화·살해 사건을 일으켰다. 사진은 당시 사고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화재는 이날 저녁 8시15분쯤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방화범은 2003년부터 고시원에 거주하던 정상진(30·남)이었다. 그는 사건 당시 미지급 고시원 숙박료 17만원, 향군법 위반에 따른 벌금 150만원, 휴대전화 미납요금 60만원, 개인 질병인 하지정맥류 수술비 300만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직업이 없던 그는 필요한 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던 그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에 휩싸여 다른 사람들을 해칠 마음을 먹는다.

사건 당일은 정상진이 고시원 총무에게 미납한 고시원비를 내겠다고 약속한 날이었다. 이날 범행을 계획한 정상진은 동대문 등에서 흉기와 가스총, 라이터 등을 준비했다.


정상진은 고시원 3층에서 준비한 검은색 옷과 소형 플래시, 흉기 등을 챙긴 후 자신의 방 침대에 불을 냈다. 불이 커지자 화재 연기를 피해 복도로 뛰어나온 피해자들을 향해 그는 흉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렀고 4층으로 올라가 5~6명 피해자도 흉기로 공격했다. 당시 흉기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는 5명이었고 화재를 피해 바깥으로 뛰어내린 1명도 사망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좁은 고시원 복도에서 정상진에게 공격받았고 흉기를 피하지 못해 깊은 자상을 입었다.

당시 고시원에 거주 중이던 취업준비생 김씨 신고로 소방대원과 경찰이 도착해 사람들을 구조했다. 당시 정상진은 범행도구를 벗고 4층에 숨어있다가 구조됐다. 그의 복장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정상진이 피가 묻었음에도 몸에 자상이 없는 것을 수상하게 여겼고 현장에서 바로 체포했다.
묻지마 방화·살해범 정상진, 법원이 내린 선고는?
논현동 묻지마 방화·살해 사건 피의자 정상진은 2009년 5월12일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법원 로고. /사진=뉴스1
2009년 4월2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현주건조물방화죄, 방화치사죄, 살인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상진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같은해 5월12일 재판부는 검찰 구형을 받아들여 정상진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을 살해한 후 경찰 총에 맞아 죽겠다는 범행 동기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치밀한 범행계획을 짠 데다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지한 참회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 선고에 대해 검찰과 정상진 모두 항소하지 않아 사형이 확정됐다. 현재 그는 미집행 사형수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