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업계 통합 논의가 2년째 답보 상태에 놓여 있어 관심이 모인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을 해법으로 떠올랐지만 대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로 진전이 없다. 국내 콘텐츠 산업이 제작비 인플레이션으로 흔들리며 토종 OTT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CJ ENM 계열 OTT 티빙과 콘텐츠웨이브(웨이브)는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올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다만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지분 13.5%)가 합병에 반대하면서 논의가 멈췄다. IPTV 시장 둔화 속에서 KT는 합병 이후 CJ ENM과 SK 중심 구조의 소수 주주로 밀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웨이브 운영사 콘텐츠웨이브는 본래 SK스퀘어 자회사였으나 지난 9월 CJ ENM 산하로 편입되며 종속회사가 됐다. SK스퀘어는 여전히 36.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어 10월 1일에는 월 7000원에 티빙·웨이브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 광고 플랫폼 '웨이브×티빙 더블 광고형 스탠다드'를 출시했다. 서비스 운영은 여전히 별도로 유지되고 있다.
티빙은 OTT 생존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 ENM은 16일 티빙이 워너브라더스의 글로벌 OTT 'HBO 맥스'와 손잡고 아시아·태평양 17개 지역 진출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초 티빙 콘텐츠를 HBO 맥스에 선보인 뒤 내년 초 HBO 맥스 내 '티빙 브랜드 관'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HBO 맥스는 올해 2분기 기준 가입자 1억2570만명으로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월트디즈니컴퍼니에 이어 4위다.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넷플릭스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두 회사가 합쳐져도 넷플릭스 수준의 제작비를 감당하긴 어렵다"며 "단순 합병만으로 시장 판도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국내 콘텐츠 산업은 제작비 인플레이션으로 위기 상황에 놓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4년 전체 방송사업자의 프로그램 제작비가 전년 대비 1136억원(2.0%) 늘어난 5조762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2018년 이후 국내 드라마 평균 제작비가 회당 31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K-드라마 제작 편수는 120여 편에서 올해 80편 내외로 약 40% 감소했다.
KT 관계자는 "국내 유료방송 전반에 대한 영향 뿐만 아니라 KT그룹과 티빙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미치는 영향과 티빙 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한지 여부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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