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 체험형 매장으로 새롭게 리뉴얼 오픈한 시코르 강남점. /사진=신세계
신세계가 백화점 사업의 견고한 성장을 발판 삼아, 부진의 늪에 빠진 패션·뷰티 사업과 미래 성장동력인 온라인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섰다. 실적 부진을 겪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인터)은 '4인 대표체제'를 구축하며 전문성과 책임 경영을 강화, 성장을 향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상반기 실적은 매출 6128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2.8%, 90.2% 감소한 수치다. 사실상 '어닝 쇼크'로 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패션·뷰티 부문의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조직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강수를 뒀다. 기존 사업부를 패션, 코스메틱1, 코스메틱2, 자주(JAJU) 등 4개 부문으로 쪼개고 각 부문을 책임지는 4인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는 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성과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부여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주요 대표는 ▲김덕주 총괄 대표이사 (신세계인터내셔날 총괄 및 신세계톰보이 대표 겸직) ▲김홍극 자주부문 대표이사(신세계까사 & 시코르 총괄 겸직) ▲서민성 코스메틱1부문 대표이사 (퍼셀 대표 겸직) ▲이승민 코스메틱2부문 대표이사 (어뮤즈코리아 대표 겸직)로 구성됐다. 코스메틱 부문을 2개로 세분화하고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한 것은 K뷰티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포석이다.
온오프라인 '투트랙'…미래 성장동력 확보 총력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글로벌 첫 팝업스토어 전경.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체질 개선과 함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투트랙 전략도 본격화된다. 오프라인에서는 뷰티 편집숍 시코르(CHICOR)의 리뉴얼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 AI 기반 초개인화 추천 서비스, K뷰티 브랜드 큐레이션 강화, 체험형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내국인은 물론 방한 외국인 관광객까지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비건&웰니스 브랜드 '어뮤즈'는 글로벌 신시장 유통망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섰다. 이달 호주의 '올리브영'으로 불리는 뷰티 플랫폼 W코스메틱에 입점하고 다음달 18일 브랜드 단독 팝업 행사를 진행하는 등 일본과 유럽 외 유통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어뮤즈가 진출한 국가는 18개국으로 올해 상반기 어뮤즈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3% 증가했다. 동시에 '연작', '비디비치' 등 자체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해 해외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패션 부문은 '선택과 집중' 원칙 아래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화하고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는 수익성 개선 작업에 돌입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기회도 모색한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의 3대 쇼핑몰 중 하나인 파라곤 중앙광장에 100평 규모의 글로벌 첫 팝업스토어를 오픈, K패션과 K뷰티의 인지도를 높이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쇄신의 가장 큰 축은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싣는 온라인 사업이다. 신세계는 지난 5월 백화점 부문 내 온라인추진단을 신설한 데 이어, 8월에는 그룹의 역량을 집결한 온라인 플랫폼 '비욘드 신세계'와 프리미엄 여행 플랫폼 '비아 신세계'를 공식 론칭했다.

이번 인사에서 정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사장이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로 선임되고 온라인추진단 소속 임원들이 승진한 것은 상징적이다. 이는 백화점의 VIP 고객 경험과 유통 노하우를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해 그룹의 미래 성장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