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재과열 조짐과 환율 불안 등 대내외 변수로 금리 인하를 한 차례 더 미룰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정부가 최근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시장 안정에 방점을 찍은 만큼 한은 역시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며 시장 효과를 지켜볼 전망이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오전 금통위는 10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연 2.50% 유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올해 2월과 5월 경기 둔화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낮춘 뒤 지난 7월과 8월 연속으로 금리를 묶었다. 이번에도 금리가 제자리를 지키면 3차례 연속 동결이다.


시장도 동결을 점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85%가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2.50%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6·27 대출 규제, 9·7 공급대책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종합(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포함) 매매가격지수는 전달(8월) 대비 0.58% 올랐다.

여기에 정부가 '10·15 대책'을 통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4억원으로, 25억원 초과 아파트는 2억원으로 대폭 축소하는 등 주택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만큼 한은 역시 부동산 시장 과열을 경계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서울 중심으로 부동산시장 재과열 조짐이 보이고 향후 가계대출 흐름의 불확실성도 증대됐다"며 "한은이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부동산 과열과 대출 증가세를 의식한 발언으로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에 신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원/달러 환율도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을 신중하게 한다. 지난 13일 기획재정부·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주간거래 중 1430원을 웃돌자 1년 6개월 만에 공동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2.50%로의 만장일치 동결을 전망한다"라며 "가계부채와 환율 양 측면에서 금융안정 불안 우려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내달 27일 회의에서 금리 인하 시그널을 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그러나 주택시장 과열과 환율 불안이 맞물리며 한은이 당분간 완화 기조 전환에 나서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동결 기조 전개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통화정책 운영을 결정하는 성장, 물가, 금융안정 세 가지 요인 중 금융안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가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경우 11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될 수 있다"면서도 "이는 상당히 낙관적 시각이 포함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