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차·기아 아이디어 페스티벌이 '글로벌 챌린저(Global Challenger)' 주제로 22일 열렸다. 사진은 사회자였던 배성재 아나운서가 행사를 소개하던 모습./사진=김대영 기자
"이 바퀴엔 조향(방향 전환 장치)이 없습니다. 대신 XY축으로 움직입니다."
22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 야외 무대. 연구원들이 직접 만든 작은 모빌리티가 대각선으로 미끄러지듯 전진하자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전방향 주행 플랫폼 'ANT'를 선보인 앤트랩 팀이 기술 설명을 마치자 관객석에서는 "생명체가 움직이는 것 같다"는 들렸다.
올해 현대차그룹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의 주제는 '글로벌 챌린저(Global Challenger)'다. 사내 공모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혁신 역량을 증명하자는 도전의식을 담았다. 남양연구소에 모인 참가팀들은 지난 4월부터 7개월 동안 실물 제작에 몰두했다. 아이디어를 제안·설계하고 직접 손으로 조립해 무대에 올리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결선에는 여섯 팀이 올랐다. 첫 번째 무대는 FMV팀의 '디지로그 락 시스템'이었는데 운전자가 CCP(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콘솔패드) 조작으로 패턴을 입력해 글로브박스를 여닫는 방식이다. "보안도 챙기고 재미도 챙기는 내 차 안의 금고"라는 소개에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수퍼트레일러토잉팀의 시연 모습./사진=김대영 기자
두 번째 수퍼트레일러토잉팀은 '트레일러 토잉 프리컨디셔닝' 기술을 공개했다. 트레일러 연결을 감지하면 냉각 시스템이 자동으로 먼저 작동해 견인 성능을 높인다. "알프스 고개를 넘어도 엔진이 식지 않는다"는 설명처럼 완성차의 내구성과 효율을 동시에 잡았다.
세 번째 데시벨팀의 'dBelt'는 안전벨트를 누르면 음악이 줄고 시트가 움직이는 장면으로 주목받았다. "임산부나 노약자도 손끝으로 차량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는 말에 현장의 사회자가 직접 착용해 시연하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무대에 오른 앤트랩팀은 조향 없이 움직이는 'ANT'를 선보였다. "여러 대가 협력하면 개미처럼 대형 화물도 운반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소형 플랫폼 여러 대가 일렬로 이동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사회자를 맡은 배성재 아나운서가 흰수염고래팀의 'S.B.S' 시제품을 체험하던 모습./사진=김대영 기자
흰수염고래팀은 발달장애인의 불안 완화를 돕는 'S.B.S(Seat & Belt with Stability)'를 발표했다. 따뜻한 에어패드가 좌석을 감싸자 "포대기에 들어간 느낌"이라는 체험 멘트에 관객들이 웃었다.
마지막 ART팀은 차량 번호판을 기반으로 차주에게 안심 연락을 연결하는 '스냅플레이트'를 공개했다. "이중주차나 긴급 상황에서도 개인정보 노출 없이 연락할 수 있다"는 설명처럼 실생활에 밀착된 기술이다.
연구소에 열린 행사는 마치 축제 같았다. 심사위원들은 "작년보다 완성도가 높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닌 실제 구현 수준이라서 놀랍다"고 평가를 내놓았다.
현대차·기아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 오른 참가팀들의 수상 후 사진을 촬영하던 모습. 앞줄 왼쪽부터 FMV팀(디지로그 락 시스템), 흰수염고래팀(S.B.S), 앤트랩팀(ANT), 데시벨팀(dBelt), ART팀(스냅플레이트). /사진=김대영 기자
대상은 앤트랩팀이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FMV팀과 수퍼트레일러토잉팀, 우수상은 ART·데시벨·흰수염고래팀이 차지했다.
백정욱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인사실장은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임직원들이 혁신의 씨앗을 싹틔우는 장"이라며 "창의 역량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