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 시트'(Joint Fact Sheet·공동설명자료)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번 주 내 공개를 예상했다.사진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공동설명자료)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번 주 내 공개를 예상했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지 일주일이 넘도록 문안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의 조율이 길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윤후덕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파주시갑)이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정리한 팩트시트 발표 시점이 지연되는 이유를 질의하자 "미국 측으로부터 조금 더 기다려 달라는 전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협의해야 할 사안이 워낙 많다 보니 하나하나 점검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우리 측이 늑장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거의 합의 단계에 이른 문안을 서로 주고받고 있으며 미국 측에서도 관련 부처들의 최종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 타결 이전 이미 안보 협상에서 일정 수준의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팩트시트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문안 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팩트시트 공개 지연의 배경을 두고는 미국 정부 내 부처 간 이견설이 거론된다. 특히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와 관련해 미국 외교·안보 부처와 에너지부 간 의견 차이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원잠과 여러 협정, 여러 문제들로 미국 내 여러 부처에서 조율이 필요해 (팩트시트 공개가) 지체된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팩트시트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팩트시트 같은 경우에 이번주를 저희들이 볼 때는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 정도로 완만한 협상 협의가 돼 있다는 보고를 드린다"고 했다.


팩트시트가 확정되면 3500억달러(약 50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운영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함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양국은 관세 협상의 결과를 MOU 형태로 체결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MOU와 팩트시트 모두 이번 주 내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이 투자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데 대해 MOU에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도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MOU 1조에 '상업적 합리성' 조항을 넣었다"며 "투자금을 회수할 현금 흐름이 있을 것으로 투자위원회가 선의로 판단하도록 정의 조항을 명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원리금 회수의 불확실성이 있는 사업은 애초에 착수하지 않도록 우리 협의위원회가 동의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며 "이익 배분은 5대5로 규정돼 있지만 투자 원리금 회수 불확실성이 한국 측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한미 관세합의에 포함된 대미 투자와 관련해 "국회 비준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사진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6일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한 모습,/사진=김성아 기자
정부는 이날 한미 관세합의에 포함된 대미 투자와 관련해 "국회 비준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예결위 질의에 "원칙적으로 조약은 비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정한 형식으로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MOU에 대해 관련 법률의 통과가 기업 부담과 시간 문제와 연계돼 있어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한미 관세합의가 '조약'이 아닌 MOU 형식으로 체결됐기 때문에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미국과의 신뢰 강화를 위해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등 후속 입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준 동의를 요청하려면 산업 보완대책과 재원 조달 방안을 함께 제출해야 해 절차상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미 관세 협상으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회 비준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헌법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의 체결·비준에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외화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헌법 제60조에 따라 반드시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