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카본코 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이산화탄소 흡수제 성능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DL그룹
DL그룹이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대비해 미래 혁신 기술 확보에 나섰다. 그룹의 주요 사업인 건설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에 투자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SMR은 원전의 주요 기기를 하나의 모듈에 담은 소형 원자로로,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과 발전의 유연성이 높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 없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태양열·풍력 등 다른 친환경 에너지와 달리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 SMR은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성을 충족해 인공지능(AI) 시대 최적의 전력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DL이앤씨는 글로벌 SMR 기업 엑스에너지와 손잡고 시장을 공략했다. 2023년부터 엑스에너지에 2000만달러(약 300억원)을 투자했다. 엑스에너지는 헬륨 기체로 냉각하는 방식의 SMR을 개발하고 있다. 상용화에 가장 앞선 회사로 평가받는다.


선진 원자로 실증사업(ARDP)을 통해 2020년 미국 정부로부터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미국 최대 화학기업 다우의 SMR 초도호기(첫 번째 완성품)를 추진하고 있다. 엑스에너지는 올 2월 아마존 등에서 7억달러(약 1조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엑스에너지와의 협력은 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전망이다. 엑스에너지의 SMR 기술은 전력 생산뿐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SMR 가동 때 발생하는 600도 이상 열을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 암모니아 생산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DL이앤씨는 SMR 사업과 접목한 청정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해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프로젝트 최초 CCUS 기술 수출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개발도 성과를 내고 있다. DL이앤씨는 2022년 CCUS와 친환경 수소사업 전문회사 카본코(CARBONCO)를 설립했다. 카본코는 지난 4월 세계 최고 수준의 이산화탄소 흡수제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흡수제는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연소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포집에 사용되는 핵심 물질이다. 카본코의 흡수제는 이산화탄소 포집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적어 포집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상용 흡수제인 모노에탄올아민(MEA)보다 46% 이상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현재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바스프(BASF) 셸(Shell) 미쓰비시중공업의 흡수제와 비슷한 수준이다. 카본코는 파일럿 공정에서 흡수제의 성능 검증을 완료했다. 포천복합화력발전소에서 본격 실증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DL이앤씨와 카본코는 캐나다의 비료업체 제네시스 퍼틸라이저스(Genesis Fertilizers)와 비료 공장 프로젝트에서 설계와 기술 라이선싱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DL이앤씨는 기본설계(FEED)를 맡아, 카본코(CARBONCO)는 CCUS 기술에 대해 라이선스를 공급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 프로젝트에 CCUS 기술을 수출한 최초 사례다.

CCUS는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꼽히면서 주목받는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인더스트리아크는 CCUS 시장 규모가 연평균 29% 성장해 2026년 253억달러(약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한 한국 정부도 CCU 이니셔티브를 출범하는 등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에너지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고부가 소재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DL케미칼은 2023년 10월 미래 혁신을 이끌 사내벤처 노탁(NOTARK)을 설립했다. 노탁은 빠른 의사 결정과 신소재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연구 개발자들로 구성된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상업화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 성과도 있다. 노탁은 극초고속 통신과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등에 사용되는 고절연성 PCB 소재 노탁 레진을 개발했다. PCB는 넓은 절연판 위에 회로를 형성하고 그 위에 장착된 부품들을 전기로 연결하는 회로 기판으로 전자제품, 휴대폰,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새로 개발된 레진은 현존하는 절연용 레진 중 가장 우월한 성능을 갖췄다. DL케미칼은 상업화를 통해 연 6억달러의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제품의 상업화를 위해 유수의 글로벌 PCB 소재 기업들과 엄격한 성능 검증 단계를 거치고 있다. DL케미칼은 제품 상업화가 본궤도에 이르면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PCB와 반도체 제조업체가 밀집한 아시아에 자체 생산시설 구축을 고려하고 있다.

노탁은 친환경 미래 에너지 사업에 필요한 첨단 소재도 개발 중이다. 수전해(Water electrolysis) 흐름전지(Flow battery) 및 연료전지(Fuel Cell)용 '이온교환막'(Ion Conductivity Membrane)을 개발해 고객사와 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DL케미칼은 현재 미국의 주요 흐름전지, 수전해 설비 개발사로부터 노탁 멤브레인 제품의 가격 경쟁력, 성능, 설계의 유연성 등 강점을 인정받아 소재 승인을 획득했다.

DL그룹은 미래 혁신 기술 개발에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산업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과 업황 부진을 극복할 수 있는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