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LH 모듈러주택 건설현장에서 크레인이 공장 제조 후 운송된 유닛을 옮기는 모습. /사진 제공=LH
공사현장의 중대재해와 인력난이 건설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모듈러(조립식) 공법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으로 운반 후 조립하는 방식의 모듈러 공법은 친환경 건축 기술로도 각광받고 있어 정부와 국회는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며 지원에 나섰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비용과 제도 등 걸림돌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9·7 부동산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OSC(탈현장 공법)·모듈러 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내 법 제정을 추진, 하반기에 모듈러 매입임대주택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모듈러 공법은 공사 품질의 편차가 적고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현장 작업이 줄어 추락·붕괴 위험이 적어 안전사고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과 내국인 인력난 해소를 추진하고 있어 이 같은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장에서 제작한 부품을 현장으로 옮겨 조립만 하면 돼 안전사고 저감에 도움이 된다"며 "현장 작업이 최소화돼 기존 공법 대비 공사 기간도 약 20~30%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현장 인력 고령화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의 내국인 청년 근로자를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50~60대와 외국인 중심으로 재편된지 오래됐다"면서 "모듈러 공법은 현장 투입 인력을 줄여 인력난 대응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건축자재의 재활용률도 장점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모듈러 건축자재의 재활용률은 82.4%에 달한다. 재활용률이 높아지면 폐기물 처리 비용도 절감된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 등이 감소하고 탄소 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된다.
정부, 특별법 제정 '지원사격'… 건폐율·용적률 15%↑
정부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특별법은 ▲모듈러 정의규정 등 법령체계 명확화(기준정립) ▲모듈러 생산인증 및 건축물 인증제도 신설(인증제도) ▲현장공사 위주의 규제 완화(규제개선) ▲OSC진흥구역 등 고비용 구조 해소를 위한 인센티브 마련(인센티브)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에는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 바닥면적 비율)과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상향 조정도 담길 예정이다. 모듈러 주택의 건폐율과 용적률을 기존 대비 15% 이상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국회에선 모듈러 공법에 대한 3건의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1월 한정애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개정안에 이어 지난해 7월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등 12명, 지난해 9월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5명이 발의한 개정안이 소위원회 심사를 받고 있다.

유 위원은 "국내 모듈러 건축시장 규모는 지난해 5637억원에서 2023년 8064억원으로 성장했다"며 "시장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 정부와 국회가 건폐율·용적률 인센티브를 논의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상용화까지 '비용·제도'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모듈러 공법이 주목받고 있지만 상용화까진 여전히 많은 걸림돌이 존재한다. 사진은 경북 안동시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해 모듈러주택을 설치하는 모습. /사진=뉴스1
다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모듈러 공법이 상용화되지 않으면서 기존 현장 대비 공사비가 높다 보니 기업별로 높은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발주처마다 공간·창문·기둥 규격이 달라 자동화 생산의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박희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시범사업 결과 기존 방식 대비 공사비가 약 30%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모듈러 자재라도 자동화 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춰야 하지만 발주처마다 자재 규격이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아파트의 구성 부품을 동일 규격으로 변경할 수는 없겠지만 몇 가지 타입으로 규격화해 모듈러 생산설비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운송 비용도 걸림돌이다. 도로교통법상 적재물은 폭 2.55m, 높이 4m, 길이 16.7m 이내까지 별도 신고 없이 운행할 수 있다. 모듈러 자재는 대부분 허가 기준을 초과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 기준을 넘으면 심야 시간(밤 10시~오전 6시)에만 운행할 수 있다"며 "주간에도 운송하기 위해 자재를 분할할수록 조립 비용과 시간이 함께 늘어난다"고 말했다.

모듈러 공법이 보편화되려면 제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 위원은 "특별법과 개정안이 활발히 논의되는 듯 보이지만 아직까지 체감되는 신호는 없다"며 "하나라도 빠르게 추진돼야 모듈러 공법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방향성이 전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률 개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고, 4월 상정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는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며 진행 시점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