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 신차의 70%를 무공해차(전기·수소차)로 보급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현실적인 목표 조정과 정부의 세밀한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뉴스1
정부가 2035년 신차의 70%를 무공해차(전기·수소차)로 보급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최근 관련 예산까지 삭감돼 향후 10년 내 판매 확대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인 목표 조정과 정부의 세밀한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로 확정했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시했던 두 가지 안(▲50~60% ▲53~60%)보다 상한선을 1%포인트 높인 수치다. 하한선도 산업계가 요구한 48%보다 5%포인트 상향됐다.

2030년까지 신차의 40%, 2035년에는 70%를 무공해차로 보급하는 세부 방침도 발표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합동브리핑에서 "정부 목표로 내연차 생산 중단 시점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서 "2035년쯤 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가 공존하는 과정을 거쳐 2040년에는 내연차 판매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당장 2030년 목표치인 40% 달성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신차 등록 대수(139만9145대)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3.6%(19만522대)에 그친다. 해당 수치를 기준으로 전기차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려면 약 56만대를 판매해야 하는데, 이는 같은 기간 휘발유차(62만6562대) 판매량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 목표가 실제 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나 수소차는 단순히 보급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 구축이 필수"라며 "전기 생산부터 보관, 운송 등 막대한 비용이 드는 종합 사업이라는 점을 정부가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무공해차 보급을 추진하면서 충전 인프라 구축 예산을 줄인 점도 문제로 꼽힌다. 환경부는 내년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예산을 올해보다 1105억원(−45.5%) 감액한 325억원으로 책정했다. 수소충전소 구축 예산은 490억원으로 637억원(−56.5%) 줄었다. 대신 전기차 전환지원금 약 1800억원을 새로 편성했는데, 단순 보급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35년까지 무공해차 70%를 달성하려면 전기차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또 다른 축인 수소차 보급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국내 수소차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전 세계 수소 승용차의 51.1%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충전소당 수소차 비율이 약 130대로 미국 다음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환경부 조사 결과 올해 9월 기준 전국 전기차 충전기는 44만여 대인 반면, 수소충전기는 420여 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경우 수소 충전 수요가 가장 높지만, 타 지역 대비 충전소와 충전기 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무공해차에 하이브리드차(HEV)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동화 전환기인 만큼 HEV, 탄소중립 연료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병행해 탄소 감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무공해차 범위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하고 있으며, 2035년 신차 100% 전동화를 선언한 일본도 전기차 외에 HEV를 인정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PHEV는 매일 충전해 사용하면 전기차와 유사한 친환경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충전 기록 등을 바탕으로 친환경 운행 정도에 따라 보조금을 추후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효과가 훨씬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정책의 연속성에 대한 신뢰를 기업에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