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올해 3분기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사진=컬리
컬리가 올해 3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이익을 내면서 IPO(기업공개)를 둘러싼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익성을 입증한 컬리가 시장의 투자 심리 회복에 힘입어 한때 멈췄던 상장 시계를 재가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컬리는 지난 11일 공시한 실적을 통해 올해 3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2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61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87억원으로 4.4% 증가했다.
식품, 뷰티 등 기존 주력 사업의 견고한 성장세가 실적을 견인했다. 3분기 전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3% 늘어난 8705억원을 달성했다. 신선식품 판매 호조로 식품 거래액이 7.7% 증가했고 뷰티 부문에서는 럭셔리와 인디 브랜드의 수요가 이어졌다.

신사업 성과에 따른 수익 구조 다각화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풀필먼트서비스(FBK) 등이 포함된 판매자배송상품(3P)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7% 늘어났다.


컬리는 외형 확장을 통해 성장 속도를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와 협업해 지난 9월 선보인 '컬리N마트'를 통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고 컬리USA몰 등 해외 시장에서의 영역을 넓힌다.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 참여로 물류 경쟁력을 강화한다.

뷰티 부문을 강화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컬리는 내년 뷰티 PB(자체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관련 업무를 담당할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AI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 '루션' 등 신규 서비스를 선보여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 형성… "IPO 가능성 커져"
이러한 성장세를 기반으로 컬리가 IPO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컬리는 2022년 한국거래소 예비 심사를 통과하면서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으나 경기 침체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2023년 1월 이를 철회했다.


현재 시장의 분위기는 컬리에게 우호적이다.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넘는 등 증시가 살아나면서 IPO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어서다. 무신사, 케이뱅크, 구다이글로벌 등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신규 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관건은 몸값이다. 처음 IPO 추진할 때 4조원까지 거론됐던 기업가치는 최근 1조원대로 떨어졌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지난 9월 "우리뿐 아니라 시장 환경 등도 잘 맞아야 해 IPO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컬리 관계자는 "가장 적절한 시기가 언제일지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이커머스 기업과는 차별화되는 컬리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충성 고객이 아직 떠나지 않았고 식품 스페셜리스트로서 플랫폼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매출도 늘었고 화장품 쪽으로 확장하다 보니 이전보다는 IPO 가능성이 커졌다"며 "몸값을 지나치게 높이겠다는 욕심만 내지 않으면 (상장할) 타이밍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