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김정균 보령(옛 보령제약) 대표의 성과가 주목된다. /사진=강지호 기자(각 사 제공)
사내 영향력을 넓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김정균 보령(옛 보령제약) 대표의 성과가 아쉽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실적 개선에 성공했으나 주가 관리 측면에서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서 회장과 김 대표가 각각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했지만 셀트리온의 주가 상승률은 시장 평균을 밑돌았고 보령은 되레 하락했다.
'실적 개선' 서정진, 주가 상승률은 평균 이하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2021년 3월 공식 은퇴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2023년 3월 소방수 역할로 복귀, 이후 사내 영향력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서 회장은 복귀 후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일라이 릴리 미국 공장 인수 등 굵직한 의사결정을 주도했다. 미국에서 신약으로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의 현지 영업을 이끄는 등 사업 확장에도 주력했다.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서 회장은 올해 사업적 성과를 거두는 데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의 실적 개선을 이뤘어도 주가 상승 폭은 아쉬워서다. 셀트리온은 올 1~3분기 매출 2조8323억원, 영업이익 6933억원을 거뒀다.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3.6%, 영업이익은 134.5% 증가했다. 주가는 연초(1월2일) 17만3667원(이하 종가 기준)에서 이달 13일 19만5100원으로 12.3% 오르는 데 그쳤다.

셀트리온 주가 상승 폭은 최근 주식 시장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셀트리온이 포함된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지수는 같은 기간 2398.94에서 이달 13일 4170.63까지 73.9% 급등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주로 구성된 KRX 헬스케어 지수는 35.5%(3695.09→ 5006.48) 올랐다. 셀트리온의 주요 경쟁사로 언급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0.7%(93만4000→122만1000원) 뛰었다.


셀트리온그룹 차원의 주주환원 정책이 모자랐던 건 아니다. 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는 올 들어 총 8741억원 규모의 셀트리온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에만 약 8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9000억원어치 자사주를 소각했다. 서 회장은 지난 7월 500억원 규모의 셀트리온 주식을 따로 사들이기도 했다. 셀트리온이 저평가됐다는 게 그룹 판단인데 시장에서는 잇따른 사업 목표 미달로 투자자 신뢰를 잃어 주가 반등이 요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균의 홀로서기… 주가 반등 해법은
사진은 지난 7월 '제48회 대한상의하계포럼'에 참석한 김정균 보령 대표. /사진=뉴스1(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홀로서기에 나선 김 대표도 서 회장과 상황이 비슷하다. 장두현 보령 대표와 공동대표로 회사를 이끌다가 올 2월 단독대표 자리에 오르며 사내 영향력을 키운 김 대표는 회사 실적을 개선하고 주가부양책을 다수 시행했지만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추가 주주환원 정책과 함께 전략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우주 의학 사업의 성과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보령은 올 1~3분기 매출 7721억원, 영업이익 657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17.5% 늘었다. 주가의 경우 연초 1만270원에서 이달 13일 8860원으로 13.7% 내렸다. 이 과정에서 역대 최대인 1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장기 성과와 주가 상승을 동시에 이끌 수 있는 RSA(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보상) 도입 등이 시행됐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보령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우주 의학 사업 성과가 가시화돼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우주 의학 사업은 김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앞서 보령은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우주 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총 6000만달러(약 880억원)를 투자하고 합작사 브랙스스페이스를 설립했다. 대규모 투자에도 아직 우주 의학 사업을 통해 매출이나 이익을 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CEO(최고경영자) 레터를 통해 "우주 의학은 곧 보령이라는 사업 공식을 만들고 있다"며 "우주 환경 활용 연구에 대한 가치사슬 및 공급망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령이 직접 주도하며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우주 의학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