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과 학계가 지속 가능한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21일 진단했다. 사진은 이날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파생상품학회가 공동 주관한 '지속 가능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위한 정책 과제'에서 발표하는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 /사진=이동영 기자
자본시장과 학계가 지속 가능한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21일 진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시 등 제도적 개선과 실효성 있는 제도의 집행,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꾸준한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파생상품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심포지엄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고찰하고 주식 시장의 밸류업을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총 세 개의 세션에서는 공통적으로 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의 현실화와 내실있는 집행을 강조했다.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 고할인율 때문…낮추기 위해 제도 정비와 실효성 있는 작동 필요"
첫 주제발표에서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만성적으로 이어져 온 이유에 대해 "한국 증시가 장기간에 걸쳐 고할인율을 유지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낮추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투자자의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할인율이란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이 내길 바라는 요구 수익률을 말한다. 2006년부터 2024년까지 59개국 증시를 분석한 결과 한국 증시의 평균 할인율은 11.5%였다. 이는 ▲G7국가 8.8% ▲선진국 8.9% ▲OECD 국가 9.3%에 비해 높은 수치다. 한국 증시 할인율이 높았다는 것은 장기간에 걸쳐 기업이 실제로 실현한 수익이 투자자가 요구한 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김 연구위원은 "원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각각 거시경제적 요인과 기업의 재무적 특성, 그리고 제도적 요인"이라면서 "특히 이 중 규제나 법률의 안정성에 대한 평가가 낮고 부패 인식과 통제 수준이 저조하다면 구조적 디스카운트를 불러온다"고 설명했다.

김민기 위원은 "한국은 이미 정량적으로 제도 자체는 갖춰졌지만 문제는 실효적으로 작동하느냐 여부"라면서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려면 주주환원 정책과 주주 보호를 달성하는 법과 제도가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의 밸류업 성공, 일관된 제도적 노력과 장기 플랜 덕분"
왕수봉 아주대학교 교수는 대만의 기업가치 제고에 대해 설명하며 일관된 장기 플랜을 강조했다. 사진은 왕수봉 교수. /사진=이동영 기자
이어지는 발표에서 왕수봉 아주대학교 교수는 대만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설명했다. 그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뤄진 비롯한 제도적 개선 노력이 대만의 밸류업을 이끌었다"며 "특히 중요한 것은 일관된 장기 플랜"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밸류업 정책은 1998년 시작됐다. 왕수봉 교수는 "대만에서도 일련의 기업 횡령과 부정회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었다"면서 "이로 인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이 힘을 받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 결과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ACGA)가 평가한 아시아 기업지배구조 순위에 대만은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인도보다 낮은 8위였다.

왕 교수는 대만 정부와 산업, 투자자간의 협력 구조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 금융감독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대만증권거래소 등 시장과 민간 단체가 공동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면서 "이에 더해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전자투표 의무화 ▲특수관계인 거래 공시 강화 ▲주주 대표소송 도입 등을 통해 핵심 개혁 조치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대만은 주식 시장 밸류업을 위해 3단계에 걸친 장기 플랜을 짰다. 1단계는 기업지배구조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구축과 이사회 기능 강화다. 2단계는 외국인 투자자 유도를 위한 공시제도 강화와 주주행동주의의 촉진이다. 3단계는 사외이사 비율을 최소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와 ESG 경영 제도화다.

그는 "대만도 여러 차례 정권이 교체됐지만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밸류업은 장기적 로드맵을 가지고 끊임없이 추진했다"면서 "한국도 일관성 있는 로드맵을 가지고 긴 시각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단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이뤄졌지만…더 중요한 것은 주주총회의 내실화"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총회의 내실화를 강조했다. 사진은 황현영 연구위원. /사진=이동영 기자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총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상법 개정안을 통해 일반 주주의 권익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그렇지만 이 모든 상법 개정안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선 결국 주주총회가 제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황현영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 수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1400만명이 넘었다"면서 "다행인 것은 이제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스튜어드십 코드도 적용되며 주주총회가 조금 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황 위원은 현 주주총회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개최일을 들었다. 그는 "96.4%의 회사가 3월20일부터 31일 사이에 주총을 연다"면서 "주총 안건 통지도 2주 전에 하는 회사가 많아 투자자들이 이를 분석할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공시 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대표적으로는 배당 결정 및 이사의 보수 결정과 관련된 공시가 있다. 황 연구위원은 "여전히 무배당 회사가 많지만 그 이유를 공시하지 않는 '깜깜이 배당'이 여전히 많다"면서 "또 이사의 보수를 정하는 것은 주주의 중요한 권리지만 한국은 유명무실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주초인 17일 정부가 공시 제도를 강화한 것은 다행"이라면서 "대표적으로는 이사회에서 의결 시 찬반 비율을 공시하게 한 것과 이사의 보수 관련 기업 성과와 임원 보수 관계를 입증하게 한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해 아직도 전자투표제나 대리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