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는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그는 고령임에도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며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왔다. 최근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연극에 눈을 떴다. 그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했으며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됐다.
이순재는 한국 방송의 역사로 불린다. '동의보감'부터 '제3공화국' '목욕탕집 남자들' '허준' '야인시대' '장희빈' '포도밭 그 사나이' '이산' '무자식 상팔자' 등 그가 출연한 드라마만 약 140편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거침없는 코믹 연기로 사랑받으며 '야동 순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서는 고령임에도 강인한 체력과 완벽한 자기 관리로 젊은 층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순재는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리어왕'에서 200분 공연의 방대한 대사량을 완벽하게 소화해 찬사를 받았으며 '장수상회' '사랑해요 당신'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등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이에 대학로에서는 '방탄노년단'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으며 지난 10월 건강상의 문제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이순재는 활동 중단 전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연기의 혼을 불태웠다. 그는 지난해 '2024 KBS 연기대상'에서 '개소리'로 대상을 받으며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 기록을 썼다.
이순재의 마지막 수상소감은 여전히 회자할 정도로 묵직한 감동을 남겼다. 무대에 선 그는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라며 "미국의 캐서린 햅번은 60대 이후에도 세 번이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공로상이 아니라 연기상이었다. 연기를 잘하면 나이가 60을 먹어도 상을 주는 거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해 찬사를 받았다.
가천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13년 동안 학생을 지도해온 그는 제자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순재는 당시 촬영으로 제자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황을 언급하며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난 교수 자격이 없다'고 사과했다"며 "그럼에도 학생들이 '염려 마십시오. 가르쳐 주신 대로 우리가 다 만들어내겠다'라고 하더라. 눈물이 나왔다.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온 걸로 알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끝으로 이순재는 "시청자 여러분, 평생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며 "감사하다"고 마무리했다.
한국 방송 역사의 한 축을 이룬 이순재는 하늘의 별이 됐지만 그가 남긴 작품과 연기를 향한 열정은 영원히 우리들의 가슴 속에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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