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우 여주시자을 비롯한 벤치마킹 방문단이 21일 용산 신흥시장을 방문해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한 후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주시
여주시 하동제일시장 재개발은 단순한 도시재생 사업이 아니다. 이 사업은 여주시 행정의 성능, 시장 공약의 진정성, 지역 신뢰의 수준, 그리고 원도심의 생존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기록은 안타깝게도 전진이 아니라 정체에 가까웠다.
민선 8기 들어 이충우 여주시장은 복합타운, 문화센터, 행복주택 120세대 등 화려한 콘텐츠를 제시했지만, 실행력은 따라가지 못했다. 민간은 움직이지 않았고, LH는 이탈했으며, 상인·주민 간 갈등과 행정 내부의 준비 부족은 사업을 다시 '백지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민선 8기 핵심 공약이자 '여주 르네상스' 전략의 중심축이었지만 실제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민간 참여 부진, 공공기관 이탈, 상인·주민 갈등, 사업 구조 부재 등 총체적 난맥상으로 현재 하동제일시장 부지는 철거만 된 채 임시주차장으로 변해 있다. 한마디로 도시의 심장이어야 할 원도심의 시간이 멈춰버린 셈이다. 상가 공실률 40%, 노후 건물 80% 등 쇠락의 징후가 현실화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충우 시장은 지난 20일과 21일 이틀간 강원도 정선 아리랑 시장과 서울 용산 등을 방문해 전통시장 활성화 및 도시재생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이 시장은 정선 아리랑 시장을 벤치마킹한 뒤 "정선처럼 여주도 먹거리와 살거리가 있어야 한다"며 "외부 관광객을 원도심으로 끌어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민간 투자가 없으면 336억원을 투입해 시가 직접 상가 건물을 짓겠다"고 선언하며 뒤늦게 사업 수습에 나섰다.

이 시장은 특히 "2027년까지 사업비를 집행해야 하는데 설계부터 시작하면 2027년 완공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빠른 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시장의 결단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시정의 근본적인 준비 부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선 아리랑 시장의 성공 핵심이 '주민과 상인의 자발적 변화'였던 것과 달리, 여주시는 여전히 시 주도, 상인 수동 참여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 시장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속도를 강조했지만, 이미 연말이 다가오는 현시점에도 건축 기획 용역 등 설계 공모전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2027년 완공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업 지연으로 인한 시민 신뢰의 붕괴다. "몇 년째 같은 말만 듣는다"는 상인의 하소연, "도시는 멈춰있다"는 주민들의 체념, "실행 로드맵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지역사회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이 원하는 것은 발언이 아니라 실적이다. 10년째 제자리인 하동제일시장 재개발은 이제 시장의 공약이 '말'인지 '실행'인지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