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부총리는 스웨덴을 오르카 프로젝트 공급사로 발표했다. 사업 규모는 잠수함 3척 기준 약 100억 즈워티(약 4조원)로 추산된다. 폴란드는 늦어도 2026년 2분기까지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폴란드는 신형 잠수함을 발트해 작전 능력 강화의 핵심 전력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업에는 스웨덴 사브 외에도 한국의 한화오션, 독일 TKMS,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등 글로벌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폴란드가 도입하려던 3000톤급 잠수함 3척의 본 사업비는 약 3조4000억원, 유지·보수·운영(MRO)까지 포함하면 최대 8조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어서 각국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폴란드가 최근 한국산 무기를 도입하며 '가성비·전력화 속도·유연한 조건 협상'에 높은 점수를 준 만큼, 잠수함 사업에서도 한국 기업이 일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화오션은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조선소인 PGZ SW·나우타 조선소와 전략적 협력 논의를 진행하며 사업 가능성을 넓혀온 바 있다. 폴란드 해군력 현대화 과정에서 한국산 무기의 성과가 긍정적으로 평가돼 업계의 기대도 컸다.
다만 업계에서는 EU가 무기 조달에서 역내 장비를 우선 고려하는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기조를 강화해온 점을 감안할 때 유럽 제조사가 최종 선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돼왔다. 폴란드가 NATO 회원국이고 스웨덴이 이미 발트해 작전 환경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점은 유럽산 선택에 힘을 실어준 요인으로 꼽힌다.
경쟁 구도에서는 독일 TKMS가 기술력·실적·디젤 잠수함 분야의 역사로 인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폴란드가 유럽 내 조달 시스템과 연계해야 하는 구조상 TKMS·사브 등의 유럽 기업이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해왔다.
한국이 내세웠던 전략 패키지는 폴란드 요구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구조였다. 한국 해군 장보고급 잠수함의 퇴역을 앞두고 있어 이를 일정 기간 리스하는 방안이 논의돼 왔고, 폴란드는 이를 통해 신형 잠수함 인도 전 운용·정비·탐지·훈련 노하우를 선행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과거 인도가 러시아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인도받기 전 리스 운용하며 실전 노하우를 쌓았던 방식과 유사한 모델이다.
훈련 인프라도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혔다. 한국 해군은 진해에서 디젤 잠수함 전문 교육기관을 운영하며 이미 외국 장교 교육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폴란드처럼 잠수함 전력이 사실상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하는 국가의 경우, 훈련·정비·MRO(유지·보수·운영)·기술 이전을 묶어 제공하는 '패키지형 접근'이 실익과 직결되는 요소로 분석됐다.
기술 측면에서도 한국은 NATO 조달 기준(NATO Codification)에 대응하기 위한 설계를 준비해왔다. NATO는 발트해 같은 저온·저염도 해역에서의 부식 저항·철판 내구성·수온 조건 등을 포함한 까다로운 기술 기준을 적용한다. 국내 업계는 캐나다 잠수함 수출전을 준비하면서 해당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설계 검토를 진행해온 바 있어, 기술 신뢰도는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폴란드가 유럽 제조사를 택한 데에는 EU·NATO 공급망 기준과 발트해 작전 환경의 특수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리적 인접국인 스웨덴과의 협력 경험, 유럽 내 해군 조달 체계, NATO 공동운용성 등은 유럽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방산업계는 이번 결과를 계기로 유럽 시장 진출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폴란드와의 기존 협력은 여전히 확장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잠수함 선정에서는 유럽산 중심 조달 원칙이 명확히 작동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폴란드에서 이미 강한 신뢰를 쌓았고 패키지 경쟁력도 높았다"며 "다만 잠수함과 같은 해군 전력의 경우 EU·NATO 조달 규범이라는 구조적 장벽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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