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활성화만이 서울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해답이므로 사업성 확보를 위한 공공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이날 개최된 '서울 주택공급 절벽의 원인과 해법' 토론회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활성화만이 서울 주택 공급 부족 문제의 해답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비사업 병목의 진짜 원인은 사업성을 둘러싼 갈등이므로 행정 절차 단축보다 사업성 확보를 위한 공공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혁경 스페이스소울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 주택공급 절벽의 원인과 해법' 토론회에서 "지금의 부동산 문제는 수도권 특정 지역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라며 "수요 억제 정책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수도권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민간 아파트 공급 확대만이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윤 대표는 정비사업 장애 요인으로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사업성 부족 ▲과도한 공공기여와 정책 리스크 ▲내부 갈등과 의사결정의 경직성을 지목했다. 그는 "사업성이 붕괴한 것은 행정 절차가 조금 길어서가 아니라 경제성과 정책 환경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사업성 회복 없이는 어떤 대책도 성공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공공기여 부담 축소, 기부채납 아파트 공사비 현실화, 기반시설 설치비의 공공 분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조정 등을 처방으로 제시했다.


고진수 광운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주택 공급의 쟁점은 어떻게 시간을 단축하고 사업성을 확보할 것인지 두 가지"라며 "사업성의 핵심은 공사비를 분양가로 상쇄할 수 있는지 여부인데 실제 공사비보다 임대주택 등 기부채납 아파트에 대한 공공의 매입 비용이 너무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령 가구가 많은 지역에 사회복지비가 많이 필요하듯 공공주택이 많고 정비 수요가 많은 지역에 예산이 더 집행돼야 한다"며 "시에서 세입의 일정 부분을 자치구에 배분하는 조정교부금의 비중을 균형 발전 차원에서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 '자치구 심의'에 만장일치 우려
최근 정치권 일각의 인허가 권한의 자치구 이양 주장에 대해서는 사업이 오히려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통 제기됐다. 고 교수는 "서울시 심의 이전보다 이후 단계에서 사업 기간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며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으로 자치구에 대한 지원이나 서울시의 참여 등 논의를 해볼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치구별로 심의 기준이 달라진다면 주민 혼란으로 인한 민원 등 소송이 더 많이 촉발될 수 있다"며 "결국 시장도 사업성이 좋은 자치구에 더 많이 공급하려 경쟁하게 될 것이고 자치구마다 세입 차가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행정 운영의 차이에 따라 도시 계획의 질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로 등 기반 시설은 구를 넘나든다. 한강과 공원도 행정구역이 딱 잘라 구분되지 않는다"며 "그래서 도시계획 결정 권한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서울 시장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자치구는 구역 지정 권한보다 현재 절차의 패스트트랙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희지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사업은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규제나 절차 변경 등 혼란이 생기면 주춤할 수밖에 없다"며 "자치구에서 심의하려면 심의 인프라 자체를 바꿔야 해 시간이 더 걸리고 주민들의 민원에서 자유롭지 않아 난개발로 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행정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운영을 개선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용각 도시정비공사비·분담금검증연구원장은 "절차의 문제와 권한 이양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현재 정비사업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속도를 더 내자고 프레임을 전환해서는 안 된다"며 "도계위 인원 충원 등 서울시의 시스템을 바꾸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2028년 신통기획 본격 공급 전망
이 연구원장은 "정비사업에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약 8년이 걸린다"며 "지금의 공급 절벽은 2017년 당시 여러 규제로 정비사업들이 멈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 신속통합기획의 효과는 2028년쯤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은 집값이 올라 수요를 억제하고 있지만 6년 뒤에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의 정비사업 대상 가구 수는 82만가구로 사업비만 492조로 추정된다. 이 연구원장은 "정비사업을 주택정책의 일부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독립 시스템 하에 독자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며 "세제나 제도 등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시는 조합원 분담금에 관심을 갖고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 건축기획관은 "신속통합기획의 핵심은 사업성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라며 "서울시와 자치구, 주민 참여단과 실제 심의 의원 모든 이해 당사자가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2000번 이상 회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며 정부와 협력 시 초과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