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홍콩 ELS를 판매한 KB국민·신한·NH농협·하나·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조 단위 과징금으로 생산적 금융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은행들의 생산적 금융에 장애가 없도록 과태료 한도를 결정할 것"이라며 "과징금을 최종 확정할 때까지 RWA(위험가중자산)에 반영하는 걸 유예하는 것을 검토, 생산금융·모험자본 투자에 정책적으로 장애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은행들에 대한 자본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달 28일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판매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사에 약 2조원의 과징금·과태료를 사전 통지했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조 단위 과징금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는 금융회사가 과징금을 부과받으면 통상 해당 금액의 600%를 운영리스크로 추가 인식해 최대 10년간 RWA 부담이 이어진다.
금감원의 사전 통보대로 과징금 규모가 2조원으로 확정되면 단순 계산상으로도 약 12조원의 RWA 증가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경우 금융지주 CET1(보통자자본비율)이 100bp(1.0%포인트)가량 떨어질 수 있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으로 분모에 해당하는 RWA 증가는 CET1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CET1은 글로벌 은행 규제의 핵심 지표로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강화나 경영개선 권고 등 추가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에서 강조하는 생산·포용금융에 대한 투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과징금이 확정될 때까지 RWA 반영에 유예하는 방안과 함께 과징금에 따른 운영리스크 반영 기간을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방식도 가능한지 분석하는 중이다.
이 원장은 소비자 보호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이달 말 마무리하는 데 이어 내달 10일까지 임직원 인사도 마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원장은 "고위험 상품에 대한 제조·판매 책임을 각각 명확하게 정의해 상품 판매로 신뢰가 무너지는 부분이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며 "소비자보호총괄 감독국을 배치해 사전 예방을 강화한다는 방향으로 12월 말까지 조직개편을 마무리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소비자 보호는 사고 발생 이후 사후 구제를 중심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했는데 그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게 최고 과제"라며 "국정과제와 관련해 새롭게 수행해야 할 임무까지 반영해 인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금감원은 각 업권별 특성을 반영한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을 만들기 위해 토론회를 하는 등 의견 수렴 과정을 밟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9월 말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분리안이 철회된 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서 소비자 보호 강화 개선과제를 발표하고 이를 반영한 조직개편안을 연내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0월말 금감원은 이 원장 주재로 임원 토론회를 하고 민원이 많은 보험·금융투자업권의 감독 개선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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