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18일 4500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 당국에 신고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유출 규모는 3370만개로 확대됐다. 이른바 내부 직원이었던 공격자가 쿠팡 서버의 인증 취약점을 악용해 고객 계정의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를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소 등 실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에 이용자들의 불안은 증폭됐다. 여기에 고객정보 유출 공지 다음 날 공식 사과문을 내는 등 쿠팡의 소극적인 대처가 공분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로 지난해 멤버십 가격 인상에도 유지됐던 고객들의 충성도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로켓배송, 멤버십 혜택, 상품 구성 등 쿠팡의 강점을 두고 대응을 지켜보자는 이용자들도 있다. 이들은 "쿠팡만 하겠냐" "빅테크 기업인 만큼 발 빠른 해법을 제시하지 않겠냐" 등 '탈팡' 움직임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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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추락, 시장 재편 신호탄 되나━
이번 사태로 쿠팡이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입으면서 업계 내 쿠팡의 독주 체제가 깨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 22.7%, 네이버 20.7%, G마켓·옥션 8%, SSG닷컴 3% 등이다.유통업계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과거 대형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시장의 구도를 흔들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옥션에서는 해킹으로 인해 전체 회원 수의 60%에 달하는 108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에 옥션이 어려움을 겪는 사이 경쟁 관계였던 G마켓은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했다. 2016년 약 103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던 인터파크도 커머스 부문 점유율 정체를 겪었다.
최근 경쟁사들이 이른바 '반(反) 쿠팡 연대'를 강화하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은 쿠팡의 위기감을 키운다. 네이버와 컬리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프리미엄 장보기 서비스 '컬리N마트'를 출시하는 등 멤버십을 공유하며 '락인'(Lock-in) 효과를 강화했다. G마켓은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합작법인(JV) 출범을 계기로 알리익스프레스와 협력을 강화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일회성 악재를 넘어 시장 재편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김경자 가톨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SK텔레콤 사고 때는 과점 체제라 대안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여러 대안이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고가 쿠팡의 지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신뢰라는 중요한 요소에 금이 갔다"며 "대응이 빠르게 나오지 않는다면 이탈은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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