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20세 여성 A씨 사연이 전해졌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엄마가 어릴 때 집을 나간 탓에 아빠와 단둘이 살았다. 다행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덕분에 엄마의 빈자리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A씨는 공부에 딱히 취미가 없어 대학은 가지 않기로 했다. 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그해 여름, 친구들과 바닷가에 놀러 가서 술을 마시다 우연히 열 살이나 많은 한 남자를 만나 인생이 꼬였다.
A씨는 "남자가 저한테 되게 잘해줬다. 어쩌다 보니 그날 모텔까지 가게 됐고 몇 번 더 만났다. 아무래도 사는 곳이 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며 "그런데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 너무 무서워서 바로 연락했더니 '내 아이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우린 그냥 즐긴 거니까 지워라'라고 하더라. 제가 펑펑 우는 걸 보고 아빠가 화를 내며 그 남자를 직접 만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상대 남성을 만난 A씨 아빠는 "책임지고 결혼하든가. 아니면 평생의 상처에 대해 보상을 해라. 각서 안 쓰면 수술 절대 못 시킨다"고 압박했다. 이에 남성은 "수술은 꼭 해야 한다. '3개월 안에 결혼하겠다. 어기면 위약금으로 3억원을 주겠다'는 각서를 쓰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그 약속만 믿고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A씨가 수술받고 난 후 상대 남성은 태도를 바꿨다. 남성은 "사실 결혼할 여자가 따로 있다. 그 각서는 너희 아빠가 무서워서 억지로 쓴 거니까 무효"라며 연락을 피하고 있다. A씨는 "약속대로 결혼하라고 요구할 수 있냐. 아니면 결혼 약속 어긴 걸로 소송이라도 할 수 있냐"라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김미루 변호사는 "약혼은 두 사람 결혼하겠다는 합의가 있을 때 성립하는데, A씨 아빠의 개입으로 약정서가 작성됐고 실제로 혼인을 준비한 정황도 없어서 법적으로 약혼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면서도 "A씨 아빠가 폭행, 감금 같은 불법적인 강박을 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의 '무서워서 썼다'라는 주장은 인정되기 어렵다. 따라서 약정서에 따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3억원이라는 금액은 위약벌보다는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둔 것으로 볼 가능성이 커서, 법원이 '금액이 과하다'고 판단하면 일정 부분 감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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