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국회와 정부가 기업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시사했다. 단순한 시정 조치나 처벌을 넘어,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 참석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 등을 검토해 올해 안에 관계부처 종합 대책을 발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날 현안 질의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를 언급하고 영업정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출액의 3%인 과징금을 4%까지 상향 조정하고, 해킹 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시에는 전체 매출액의 1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의 경우를 예로 들면 매출이 41조원니까 4%면 1조6000억원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정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해당 입법 취지에 충분히 동의한다"며 "국내외 유사 사례들을 비교 분석 중"이라고 답하면서 제도 개선 가능성을 열어뒀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년 동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운용하는 동안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수도 없이 일어났지만 단 1건의 인정 사례도 없다"며 "유형별로 (기업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인정·추정할 수 있는 요건을 규정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전자상거래법 32조 2항을 보면 통신판매로 재산상의 손해가 났을 경우 영업정지를 할 수 있다. 이것은 영업정지 정도가 고려되는 사안"이라며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을 향해 "영업정지 가능 여부를 체크해 봤냐"고 물었다. 류 차관은 "유관기관과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도 규제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사고 원인을 조속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겠다"며 "관계 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현실화하는 등의 대책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