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전력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세미나'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지선우 기자
"한국은 전력반도체 후발주자로 중국을 따라가기도 벅찬 상황이다"
최윤화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KPDIA) 회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전력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세미나'서 이같이 말했다. 세미나는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부산 연제구)이 주최했고 KPDIA·글로벌 미디어 유니온이 주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미나서 전력반도체 국내 생태계 구축이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전력반도체 90~95%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는 앞서가고 있지만 전력반도체는 키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센터에서 전력이 많이 사용되며 전력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며 "전력을 어떻게 통제하고 전력 소모를 얼마나 줄여주는지가 중요해졌다"고 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2038년까지 전력 수요가 5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가 전략 물자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전력반도체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이 전철과 KTX"라며 "수입하던 국가가 전력반도체 수출을 멈추면 국가가 블랙아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송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전력반도체는 해외 국가들은 국가 전략 물자로 관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전략 물자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부산을 중심으로 전력 반도체 생태계를 꾸려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그는 "10년 꿈의 소재였던 실리콘 카바이드로 현재 전력반도체를 만들고 있다"며 "실리콘 카바이드 전력반도체를 만드는 곳이 부산에 있다"고 했다. 이어 "대구에는 전기차 모터 특화 단지가 있다"며 "부산에서 전력 반도체, 대구에서 부품을 맡는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전력인프라 구축 필요성이 커진 시점에 전력반도체 R&D 실증 테스트 공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해외 수출을 위해서 국내서 전력반도체 공급이 이뤄져 실증이 이뤄져야 하지만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토부와 공항공사에서 90~100% 수입하는데 조금이라도 국내 전력반도체를 도입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3일 국회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서 발표하고 있는 최윤화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KPDIA) 회장. /사진=지선우 기자
최 회장에 이어 발표자로 나선 손영욱 한국자동차연구원 분원장은 전력반도체 국산화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손 원장은 "국내 전기차 100만대를 내년에 돌파한다. 근데 전력반도체는 전부 해외서 수입하고 있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터를 제어하는 인버터에 전력반도체가 24~48개 들어간다. 개당 가격이 70만원"이라며 경제성 측면에서도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전력반도체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희정 의원은 "AI산업에서 전력과 데이터센터가 뒷받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국산 전력반도체 실증이 국내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구병)도 김 의원 주장에 힘을 보탰다. 권 의원은 "AI·AX 시대 이야기를 하는데 전력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