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증시 조정을 겪으며 부진했던 테슬라가 피지컬 AI로 우려를 뚫어낼지 주목된다. 사진은 11월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및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11월 증시 조정을 겪으며 부진했던 테슬라가 피지컬 AI로 주가 고평가 우려를 해소할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개월간 테슬라의 주가는 하향세를 그렸다. 11월 뉴욕 증시가 전체적으로 조정을 겪은 영향이다. 나스닥 지수는 최근 1개월인 11월3일(현지시각)부터 12월2일까지 2.18% 하락했다. 6월3일부터 기준으로 6개월간 20.70% 올랐던 것과는 대조된다.

테슬라 주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개월 동안 테슬라 주가는 –8.35%를 기록했다. 11월3일 주가는 468.37달러였지만 12월2일 429.2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테슬라 주가가 6개월간 24.68% 올랐음을 감안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지난 9월 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는 등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테슬라는 10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4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중국에서는 6만1000여 대를 팔아 10% 감소했고 유럽 판매량도 3만9000여 대로 12% 줄어들었다.

시장조사기관인 켈리블루북 자료를 보면 보조금 폐지 직전인 3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해 45만7487대를 기록했다. 이 중 테슬라의 점유율은 41%로 1위였다.

이에 더해 주가 고평가 논란도 제기됐다. 월가의 유명 투자자인 마이클 버리가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그는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버리는 지난 11월10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엔비디아 등 AI 종목들이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면서 AI 거품론을 처음 제기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주주총회서 "로보택시·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향후 10년 내 시가총액 8조5000억달러 달성"
테슬라는 2026년 4월 양산을 목표로 로보택시 전용 모델인 사이버캡을 현재 시험운행 중이다. 사진은 텍사스 오스틴에서 운행 중인 테슬라 로보택시. /사진=로이터
이같은 실적과 주식 고평가 우려 속에 테슬라는 피지컬 AI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피지컬 AI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기계 장비들이 AI를 갖추고 사람 지시 없이도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달 6일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일론 머스크 CEO는 향후 10년간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양산을 통해 시가총액 8조50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대표적으로 주목받는 부분은 로보택시인 '사이버캡'이다. 사이버캡은 2026년 4월부터 양산이 시작되며 완전한 자율주행을 채택해 운전대와 페달을 없앴다. 일론 머스크 CEO는 자신의 X에 "현재 텍사스 오스틴에서 운행하는 로보택시 수를 12월까지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지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전 자율주행을 통해 마일당 운행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며 로보택시 사업의 단위경제성(UE)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 규모도 미 전역으로 확대되며 점차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9월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며 테슬라의 판매 실적이 영향을 받게 됐다. 사진은 서울 테슬라 스토어에 전시된 테슬라 사이버트럭. /사진=뉴시스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Optimus)도 있다. 테슬라 공장 내에서 위험도가 낮은 반복 자동화 작업에 우선 투입된 뒤 타 제조업체 공급에 이어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원가를 낮추고 AI 역량도 고도화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에 대해 "목표 단가는 2만달러 규모로 100만대 규모의 대량 생산체계를 중장기적으로 갖춰나갈 것"이라며 "캘리포니아 프리몬트를 시작으로 텍사스 기가팩토리5에는 연간 1000만대 규모로 공장 확장에 나설 예정"이라 한 바 있다.

이지수 연구원은 이에 대해 "테슬라는 주주총회를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휴머노이드와 로봇, 그리고 로봇 택시와 AI 반도체를 구체화했다"며 " 단순한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AI 서비스를 현실화하는 피지컬 AI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도 테슬라의 미래 전략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3일(현지시각)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AI에 이어 로봇 산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소식통을 이용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최근 로봇 업계 CEO들과 만나 산업 발전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2026년 백악관이 로봇 산업 지원을 위한 행정명령 발령도 검토하고 있단 소식도 있었다.

이같은 소식에 테슬라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나스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7.50달러(4.08%) 오른 446.7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전기차 실적 부진 우려에도 로보택시나 로봇 등 피지컬 AI에 대한 투자로 인한 성장성에 더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