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노스페이스 패딩 상품 정보 오기재 논란에 대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결책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사진은 무신사 뉴스룸 내 패딩 상품 관련 정보 수정사항. /사진=무신사 뉴스룸 캡처
무신사가 최근 불거진 상품 정보 오기재 논란에 대해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법적 책임이 없는 중개자임에도 과실을 자처하며 고객 신뢰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인 '신뢰도'를 재정의함으로써 C커머스(중국발 이커머스)의 초저가 공세 속에서도 무신사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 2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패딩 상품 충전재 혼용률이 잘못 기재된 사실을 인정하고 구매 고객 전원을 대상으로 환불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오기재는 노스페이스의 외주 판매대행사가 새 시즌 상품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보를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발생했다.

사태 파악 이후 무신사는 이틀에 걸쳐 문제가 된 상품인 '남성 1996 레트로 눕시 자켓'을 포함한 노스페이스 전 제품에 대한 검수 및 소명 절차를 진행했다. 총 13개 상품의 상세페이지에서 혼용률 정보 오기재를 발견, 신속한 환불 조치에 나섰다.


이와 함께 무신사 스탠다드 온라인 판매 상세 페이지 내 일부 코트 상품의 소재가 '기타 섬유'로 표기돼 있어 판매 페이지를 수정했다. 전체 입점 상품에 대해 기타 섬유는 15% 이내에서 합계수치로 표시하도록 개선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했다. 현행법상 온라인 표기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위법 사항은 아니지만 소비자 알 권리 차원에서 즉각 조치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무신사의 이번 조치가 '법적 의무'를 넘어선 대응이라는 것이다. 무신사는 현행법상 '통신판매 중개업자'로 분류돼 법적으로 정보 오류 등에 대한 배상 책임이 없다. 상품 판매 이후 문제가 생겼을 경우 '판매자 귀책'을 명분으로 책임을 미루는 업계의 관행과 대조되는 행보다.

무신사 관계자는 "당장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더라도 투명한 거래 환경을 구축해 고객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결정하고 실행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패딩 충전재 논란' 당시 보여준 모습과도 일관된다. 당시 무신사는 업계 최초로 입점 브랜드 제품을 전수 검사해 실제 혼용률이 표기와 다른 상품을 가려내고, 즉각적인 환불 조치를 진행했고 무신사의 조치는 다른 패션 플랫폼 및 오프라인 유통사로 확산됐다.
' 커뮤니티 태생' 소비자 반응에 민감… '책임지는 플랫폼' 승부수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대응이 '패션 커뮤니티'라는 태생적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여론과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신뢰 하락이 곧 팬덤 이탈로 직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기민한 대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태도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C커머스의 공세에도 무신사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무신사의 큐레이션 능력 및 자체 검증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강화해 중국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무신사는 C커머스의 공격적인 시장 진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플랫폼 기업들은 문제가 생기면 브랜드에 책임을 돌리면서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며 "이슈가 커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이를 알리고 도의적 책임을 자처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C커머스를 이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실패하지 않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태도가 차별화 전략이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라는 브랜드를 믿고 구매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적 지위와 상관없이 고객 피해 구제부터 사후 조치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도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고객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