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로고/사진=에코프로비엠
코스닥 시장 대표 기업 알테오젠이 코스피로 떠나기로 확정했고, 시총 2위 에코프로비엠의 이전 추진설까지 다시 불거지면서 코스닥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본래 창업·벤처 기업의 성장 무대였던 코스닥이 코스피의 예비 시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전날 임시주총에서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의결했다. 2014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해 시총 25조원 규모로 성장한 대표 성공 사례가 시장을 떠나게 됐다.

알테오젠은 항체의약품을 정맥주사 대신 피하주사로 투여할 수 있게 하는 히알루로니다아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08년 설립 6년 만에 특례 상장했다. 8년간 적자를 이어가다 지난해 매출 1028억원, 영업이익 254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엔 에코프로비엠을 제치고 코스닥 시총 정상에 올랐다.


이번 이전 결정에는 2대 주주인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형 대표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처남으로 삼성SDS 개발자 출신이며, 2020년 5월 배우자 지분 포함 5.04%를 확보하며 주요 주주가 됐다. 올해 7월 이후 정부의 '코스피5000' 정책 기대감이 커지자 코스피 상장사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전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한국거래소는 만류에 나섰다. 알테오젠이 이미 MSCI 코리아 지수에 포함돼 있어 코스닥에 남아도 충분히 시장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앞서 코스피로 옮긴 엘앤에프, 포스코DX가 이전 후 오히려 주가 부진을 겪은 사례도 제시했으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거래소 안팎에선 아쉬움이 크다. 기술특례 상장 후 8년 적자를 견디고 흑자 전환, 시총 1위까지 오른 알테오젠은 코스닥 시장의 상징이었다. 기술력과 성장성으로 재무 요건 없이 상장할 수 있는 특례 제도의 모범 사례가 떠나면서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총 2위 에코프로비엠의 코스피 이전 추진설도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코스닥 시총의 3.38%를 차지하는 에코프로비엠은 작년 자회사 합병을 마친 뒤 이전을 시도했으나 올해 2월 전기차 시장 둔화로 실적이 흔들리면서 예비심사를 스스로 취하했다. 최근 업황 회복 기대감과 함께 코스피 진입을 다시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코스닥업계에서는 코스닥 1·2위 기업의 잇단 이탈은 코스닥이 창업·벤처 기업의 성장 무대라는 본래 취지를 잃고 '코스피 2부 리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