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카레'는 걸쭉한 일반 일본식 카레와 달리 맑은 육수에 여러 향신료를 더해 국물 요리처럼 즐긴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은 카레시의 스프카레. /사진=다이어리알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탄생한 '스프카레'는 걸쭉한 일반 일본식 카레와 달리 닭·채소·해산물 등으로 우려낸 맑은 육수에 여러 향신료를 더해 국물 요리처럼 즐기는 음식이다. 재료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본연의 식감을 살렸으며, 밥과 국물이 따로 제공돼 한 숟가락씩 떠먹거나 적셔 먹는 것이 특징이다.
스프카레의 뿌리는 1970년대 삿포로의 카페 '아잔타'에서 선보인 약선(약이 되는 음식) 스타일 카레로 보는 시각이 많다. 초기에는 지금보다 국물이 더 묽었으나 1990년대 지역 인기 식당들의 등장과 함께 지금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이때 '매직 스파이스'라는 이름의 가게를 통해 스프카레라는 명칭이 정착하게 됐다.

다양한 채소를 굽거나 튀겨 올리는 스프카레에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보존하되 낭비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을 추구하는 홋카이도 지역의 음식 철학이 깃들어있다. 맑지만 깊이가 있는 육수, 통째로 구워 올린 채소, 큰 조각의 고기, 그리고 단계별로 조절 가능한 매운맛은 현재 가장 보편적인 스프카레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스프카레 전문점들을 볼 수 있다. 삿포로는 한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겨울 여행지로, 이를 통해 홋카이도의 음식을 경험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날씨가 추워지면 스프카레 식당을 찾아 여행의 향수를 느끼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카레시
카레시는 현지 장인에게 직접 전수받은 레시피를 활용한다. 사진은 카레시 내부.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자리한 삿포로식 스프카레 전문점이다. 현지에서 장인에게 직접 전수받은 레시피를 활용해 국물이 묽고 향신료가 도드라지는 점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닭 뼈와 돼지 뼈를 각각 따로 끓여 만든 육수를 사용해 산뜻함과 고소함의 장점을 동시에 살리고, 이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스프카레 특유의 균형 잡힌 베이스를 완성한다. 여기에 각종 채소를 찜기로 익힌 뒤 곱게 갈아 만든 채소 육수가 더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마늘·생강·울금 등을 함께 쪄내 채소의 풍미를 극대화한다.
메뉴를 고를 때는 국물의 매운맛 단계와 기본 야채 베이스에 곁들이는 육류를 선택하면 된다. 뼈 없는 닭고기살을 튀긴 토리장기, 장시간 삶아 살짝 집어도 뼈가 스르르 발리는 닭다리, 수비드로 조리한 부드러운 풀드포크 등이 있고 육류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12가지의 채소가 사용된 스프카레도 있다. '닭다리 스프카레'는 부드럽게 조리된 통다리살이 핵심으로 국물의 농도와 감칠맛이 균형을 이루며 가장 대중적이다. 코코넛 밀크를 추가하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야스노야 본점
야스노야의 스프카레는 양갈비와 조화를 이룬다.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자리한 삿포로 칭기즈칸식 양고기 전문점이다. 주력 메뉴는 1년 미만 숙성한 양고기 프랜치 랙을 허브 올리브 오일에 재운 뒤 삿포로식 칭기즈칸 불판에서 구워내는 '시그니처 생양갈비'다. 칼칼한 카레 베이스 육수에 양갈비와 야채 토핑을 올려 전골처럼 끓여 먹는 '삿포로식 스프카레'가 양갈비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스프카레는 매운맛 조절이 가능하며 우동면을 추가해 즐기는 것도 별미다.
커리지널 일산점
커리지널에서는 삿포로식 스프카레를 만날 수 있다. /사진=다이어리알
경기도 고양시 정발산역 인근의 삿포로식 스프카레 전문점이다. 진한 닭육수와 12시간 동안 볶은 양파, 10가지 향신료가 더해진 스프에 9가지 채소가 토핑된 '야채 스프카레', 닭다리 튀김을 올린 '튀긴 장각 스프카레'가 대표메뉴다. 차슈, 우삼겹, 마라, 하와이안 등 이곳에서만 선보이는 특색 메뉴들도 갖췄다.
카레모토

카레모토는 맛과 영양의 균형을 지향한다.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선유도역 인근 정통 북해도식 스프카레를 선보이는 곳이다. 현지에서 보양식으로 통하는 스프카레의 정체성을 이어받아 맛과 영양의 균형을 지향한다. 긴 시간 우려낸 닭육수와 21가지 향신료와 재료를 배합해 만든 카레 국물에 기호에 따라 다양한 토핑을 추가할 수 있다. 함박, 닭, 새우, 야채 토핑이 모두 올라간 '풀토핑 스프카레'와 수제 함박을 올린 '함박 스프카레'가 대표 메뉴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