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강원랜드의 매출은 ▲2022년 1조2707억원 ▲2023년 1조3886억원 ▲2024년 1조4269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22년 2176억원 ▲2023년 2823억원 ▲2024년 2858억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올해 추정 실적은 매출 1조4810억원, 영업이익 2633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3.8%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7.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펜데믹 시기 급감했던 실적이 회복세에 들어섰으나 지난해부터 성장판이 닫히고 수익성 지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카지노 업황 변화와 비용 증가 요인도 있지만 업계는 부진의 근본 원인이 경쟁력 하락에 있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IR 시장이 연평균 8%씩 성장하는 것과 달리 강원랜드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0년 개장 당시의 낡은 시설과 85%에 달하는 과도한 카지노 의존도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위기감은 방문객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023년에서 2024년 사이에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강원랜드 방문객의 66%가 시설 경쟁력 부족을 이유로 재방문에 부정적 의견을 밝히는 등 이용객 이탈 조짐이 뚜렷하다.
이에 강원랜드는 'K-HIT 프로젝트'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수혈해 낙후된 시설을 글로벌 수준의 복합리조트로 탈바꿈시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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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투자만으론 한계… 출입 제한 등 낡은 규제 걷어내야 ━
현재 글로벌 IR 시장은 대형화·복합화되는 추세다. 동북아시아 카지노 패권을 노리는 일본은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인근에 약 12조8000억원을 투입해 초대형 복합리조트를 건설 중이다. 2030년 오사카 IR이 문을 열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내 카지노 이용객의 상당수가 일본으로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규제의 빈틈을 타고 불법 도박 시장이 소리없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파악한 국내 불법 도박 시장 규모는 2019년 82조원에서 2022년 103조원까지 커졌다. 과도한 규제로 묶인 제도권 카지노가 주춤하는 사이, 규제 사각지대인 불법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만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드웨어 투자와 함께 소프트웨어 측면의 규제 혁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3조원 투자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강원랜드는 내국인 출입 일수, 베팅 한도 등에 대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매출 총량제도 여전하다. 마카오나 싱가포르, 라스베이거스 등 글로벌 카지노 도시들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권 카지노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역차별일 뿐만 아니라 불법 시장만 키우는 꼴"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규제 합리화가 선행돼야 이번 투자가 폐광지역 소멸을 막는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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