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이 최근 호실적을 발표했으나 주가는 내림세다. 사진은 지난 9월5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브로드컴 표지판. /사진=로이터
글로벌 팹리스 및 인프라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인 브로드컴이 최근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발표했으나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올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8% 오른 180억달러(약 26조4906억원), EPS(주당순이익)는 전년 대비 37% 오른 1.95달러(약 2869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과 EPS 모두 블룸버그 컨센서스 대비 각각 3%, 4% 상회했다.

브로드컴의 호실적 배경은 AI 반도체 및 VCF(VMware Cloud Foundation·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강한 수요다. AI 반도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한 65억달러(약 9조5673억원)를 기록해 반도체 매출액 중 59%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CEO(최고경영자) 발언이 주가에 찬물을 끼얹었다. 호크 탄 브로드컴 CEO는 실적 발표 당시 "AI칩 매출이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오픈AI와 관련된 수주 잔액이 모두 매출로 연결되진 않을 수 있다"며 "AI 매출의 총마진이 비AI 매출 총마진보다 낮다"고 말했다.

이에 브로드컴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12일 기준 브로드컴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43% 하락한 359.93달러(약 52만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5거래일동안 -10.63% 내린 수치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지난 한 달간 브로드컴을 약 9093만9580달러(약 1339억9037만원)를 순매수한 바 있다.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은 서버 랙을 포함한 시스템 매출 내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을 원가로 판매하는 패스 스루 방식의 운영을 하고 있다"며 "최근 HBM을 포함해 AI 가속기 관련 부품의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필연적으로 매출이 높을수록 이익률은 낮아지는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부분이 이번 회계연도 내년 1분기 가이던스 반영돼 향후 추가적 희석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선 브로드컴에 대해 긍정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내년 추정치 영업이익률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18개월간의 AI 수주잔고가 현재의 730억달러(약 107조5655억원)에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앤트로픽으로부터 전 분기 100억달러(약 14조7350억원)에 이어 4분기 110억달러(약 16조2085억원) 추가 계약을 확보한 것이 AI 수주잔고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음을 입증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브로드컴은 AI 커스텀 컴퓨팅의 선두 주자 지위가 매우 공고하다"며 "네트워크 스케일업, 스케일아웃이 가속화되며 네트워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견조한 AI 수요가 재차 확인된 만큼 외형성장과 함께 주가도 동반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적 발표 이후 주가 하락은 크게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