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경제정책 연구모임 '경제는 민주당'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고 2026년 한국 경제 환경에 대한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의 이같은 진단을 청취했다.
정 대표는 "2026년 한국의 경제 환경은 변동성이 심화되고 축소 경제가 가속화하는 국면에 직면해 있다"며 "가장 큰 위험은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회복 이후에도 저성장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망의 배경으로 세계 경제의 저성장 흐름을 지목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25년 3.2%에서 2026년 3.1%로 둔화돼 성장세가 점차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는 올해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는 1.7%대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정부 출범 이후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조치와 한미 관세 협상을 통한 통상 불확실성 완화가 점진적인 반등의 배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회복세는 반도체와 선박 산업을 중심으로 한 편향적인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한계도 제기됐다. 특히 내수와 비(非)정보기술(IT) 제조업 부문은 사실상 성장 정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의 고른 활력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대표는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조선, 바이오·헬스 산업은 성장세가 비교적 견고할 것으로 보이고, 디스플레이 산업도 완만한 회복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자동차 산업은 성장 정체가 나타날 수 있고 철강·정유·석유화학 산업은 침체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위협요인으로는 축소 경제의 가속화를 꼽았다. 출산율이 0.7명대로 하락하면서 총부양비는 급등하고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인구구조의 복합 충격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40년 58%, 2060년에는 48.9%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과 자본, 그리고 총요소생산성(TFP)이 동시에 둔화되는 생산성 병목 현상도 성장 잠재력을 전방위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정 대표는 "단순한 저성장이 아니라 절대적인 경제 규모가 줄어드는 축소 경제로의 이동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축소 경제가 가속화되면서 기업의 활력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신생기업 수는 전년 대비 4만2000개 감소했다.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신생기업 수가 모두 줄고 있다. 대기업은 2022년 99만7227개에서 2023년 95만5797개로 줄었으며 같은 기간 중견기업은 174개에서 88개로 중소기업은 70개에서 56개로 각각 감소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유니콘 기업 경쟁에서도 한국의 후퇴가 뚜렷하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 1523개 가운데 올해 기준 한국 기업은 18개로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지난 5년 동안 미국은 525개, 중국은 116개가 증가한 반면 한국은 7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0년 유니콘 기업 수 기준 5위권에 들었던 국가 가운데 올해 5위권 밖으로 밀려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 대표는 "관세 개편과 공급망 병목, 미국 등 주요국의 재정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금리와 환율 변동성이 과거보다 커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가 지연되거나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유가마저 상단으로 움직일 경우 비용 부담과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 내년 경제 성장률이 1.3~1.5%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우주, 양자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의 기술 주도 경쟁력이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다는 점도 위협요인으로 제시됐다. 특히 중국의 제조업 굴기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최근에는 '표준 2035' 전략을 통해 신기술 분야의 글로벌 표준 선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 경쟁력을 올해 기준 100으로 가정할 경우 미국의 경쟁력은 107.2, 중국은 102.2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2030년에는 미국의 기업 경쟁력이 112.9, 중국은 112.3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미·중 양국과 한국의 경쟁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축소 경제 가속화 ▲글로벌 통상 시스템 재편 ▲기술 주도적 경쟁력 양극화를 주요 리스크로 꼽으며 이 세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저성장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이는 각종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는 비단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업이 있어야 청년을 위한 일자리가 생기는데 일자리가 성장할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장이 멈춘 기업 환경에서는 분배나 복지 역시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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