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센트럴자이(237가구·2028년 입주 예정)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487.1대 1을 기록했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트리니원(2091가구·2026년 입주 예정)도 1순위 평균 23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정부는 10·15 부동산대책을 실시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였지만 서울 고가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오히려 높아진 모습이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벨트 아파트들은 주담대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된 20억~30억원대 분양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청약자가 몰렸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제한했다. 1순위 조건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과 납입액 기준 상향으로 더욱 까다로워졌다.
반면 수도권 규제의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지방 청약시장은 여전히 미분양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형 건설업체 브랜드들조차 미분양이 속출하며 중소·중견 건설업체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달 1~3일 분양을 진행한 충남 천안시 청당동 두산위브더제니스센트럴천안(1202가구·2029년 입주 예정)은 공급 물량의 약 66%가 미달됐다. 이달 8~10일 분양한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 e편한세상내포에듀플라츠(605가구·2026년 입주 예정)도 597가구 모집에 29건의 청약만 접수돼 평균 경쟁률 0.05대 1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시세차익 가능성이 큰 서울 아파트로 수요가 더욱 쏠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싸지만 안전한 집으로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며 "규제의 부작용"이라고 진단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세차익이 10억원 이상 기대되는 상황에 현금자산가가 청약하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라며 "지방은 가격 상승 기대가 약하다 보니 수요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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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영향으로 양극화 더 확대━
청약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다른 요인으로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지목된다. 분상제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적정 이윤을 합산해 분양가를 산정하고 정부가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목적이지만 분양가를 시세 대비 낮게 규제하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 수요가 몰리는 부작용도 있다.
유 교수는 "입지가 좋고 분상제가 적용된 단지는 당첨만 되면 이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규제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규제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중심의 정책이 지속될 경우 청약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유 교수는 "분상제로 시장 가격과 괴리를 만들고, 대출 규제로 현금 보유자 중심의 청약 시장을 고착화시켰다"며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서울 핵심 지역 쏠림과 지방 미분양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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