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출시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저렴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선보여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사진=로이터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전 세계 테크 업계를 뒤흔든 지 1년이 지났다. 1월 출시된 R1 모델은 오픈AI의 챗 GPT o1보다 저렴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선보이며 '가성비 AI' 시대의 신호탄이 됐다.
DeepSeek의 API 가격은 OpenAI보다 90% 이상 저렴하다. 딥시크 R1의 API 요금은 입·출력 100만 토큰당 각각 0.55달러, 2.19달러 수준으로 책정된 반면 OpenAI의 o1은 15달러, 60달러 수준이다. OpenAI·구글·메타 등이 수억에서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모델을 키우는 동안 딥시크는 560만달러로 성과를 냈다.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1억건을 넘긴 것도 '가성비' 덕분이다.

허깅페이스와 MIT가 공동 발표한 '오픈인텔리전스경제'(EOI) 보고서는 최근 1년간 중국산 오픈소스 모델이 글로벌 다운로드 점유율 17.1%를 기록해 미국(15.8%)을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에 충격은 가장 먼저 반영됐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딥시크 출시 하루 만에 17% 급락해 시가총액 약 5890억달러가 증발했다. 1월 24일부터 2월 3일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7.5%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브로드컴도 11% 내렸다.


미국 수출 규제 속 딥시크 성공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CNN은 "미국이 수년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고성능 AI 칩 공급을 제한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딥시크의 성공은 더욱 충격적"이라며 "성능이 떨어지는 칩으로도 저비용 모델을 구현해냈다"고 전했다.

스탠포드 인간중심 AI연구소(HAI)와 사이버정책센터(SPC)가 12월 공동 발표한 'Beyond DeepSeek' 보고서는 "중국 개발자들의 역량이 언어 모델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짚었다. 고성능 중국 AI 모델이 저렴한 비용으로 풀리면서 컴퓨팅 자원이 부족한 국가와 기업들도 첨단 AI를 쓸 수 있는 길이 크게 넓어졌으며 기술 의존 구조도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딥시크의 저비용 연산 방식이 주목받으면서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시장 재편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엔비디아는 여전히 데이터센터용 가속기 시장에서 9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보안성 우려는 뒤따른다. 미국 정부 AI 테스트 센터인 CAISI는 DeepSeek 모델이 평균적으로 미국 모델보다 탈옥 공격에 12배 더 취약하다고 밝혔다. 일부 평가에서 보안 가드레일을 우회하는 사례가 발견되면서 이탈리아는 딥시크 사용을 차단했고 영국·프랑스·독일도 데이터 보호 측면에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정부 부처도 올해 2월 딥시크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