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19일 석유화학 기업들은 정부가 요구한 에틸렌 270만~370만톤 감산을 위해 NCC 설비 통폐합 등을 담은 자구안을 모두 제출했다. 이 가운데 울산 산단 자구안이 가장 늦게 제출됐는데 막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현재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S-OIL 등 3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사업 재편 방안을 논의해 왔다. 다만 울산 산단 자구안에는 S-OIL이 샤힌 프로젝트와 관련한 에틸렌 감산을 거부하면서 교착 상태가 이어졌고 폴리머 생산 설비 중심의 다운스트림 밸류체인 효율화 전략 등 제한적인 내용만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 재편에 동참한 기업을 우선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정관 장관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금융·세제·R&D·규제 완화 등 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사업 재편 이행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공통으로 제기한 전기 가격과 유틸리티 비용 부담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사실상 이번 석유화학 재편에 참여하지 않은 S-OIL도 이러한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 8월 제시한 재편 방향은 중국발 저가 공세로 심화된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에틸렌 감산과 석유화학 제품의 고부가가치 전환을 병행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S-OIL은 샤힌 프로젝트가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에틸렌 감산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전환이라는 정부 기조에는 따르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에틸렌 감산이 핵심인 정부 방안에는 사실상 불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 산단 내 다른 기업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완공돼 2027년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할 예정으로 연간 180만톤 규모의 에틸렌이 추가 공급된다. 현재 울산 산단은 수요처가 비교적 명확해 가동률이 90%대에 달하지만 샤힌 프로젝트 가동 이후에는 기초 유분 50만톤 이상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연간 44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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