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ETF(상장지수펀드) 체크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은선물(H)'ETF가 수익률 40.12%를 기록하며 레버리지, 인버스를 제외한 전체 ETF 중 1위를 기록했다. 해당 상품은 'Silver 2026 03'(은선물)을 약 92% 비중으로 담고 있어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은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ETF로 꼽힌다.
은 ETF의 강세 배경에는 가파른 은 가격 상승이 있다. 전날 종가 기준 국제 은 가격은 온스당 약 69달러(약 10만원)로, 연초 가격인 29달러(약 4만원) 대비 131% 급등했다. 전날 국제 은 현물가격도 69.4549달러(약 10만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금 현물 가격 상승률이 67.32%인 것과 비교하면, 은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안전자산인 금과 그 대체재인 은으로 투자 심리가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연준은 지난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은은 AI(인공지능) 등 산업 수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전체 은 수요의 50% 이상이 산업용으로 사용되며, 특히 전기·전자 및 전력 분야에서 필수적인 소재다. 은은 지구상에서 전기·열전도성이 가장 뛰어난 금속으로, 최근에는 태양광과 풍력 산업에서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은 페이스트가 태양 전지 표면에 인쇄돼 햇빛을 전기로 전환하는 효율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산업은 전체 은 수요의 약 20%를 차지하며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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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글로벌 공급 불안 확대… 가격 ↑━
런던 시장의 실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COMEX(뉴욕상품거래소)와 중국 SHFE(상하이선물거래소)에 보관돼 있던 약 5400만 온스의 은 재고가 항공편으로 이동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후 재고 이동으로 시장은 일시적으로 안정됐지만 지난달 미국이 은을 중요 광물(Critical Mineral)로 지정하면서 관세 및 무역 제한 우려가 다시 부각됐고, 은 가격은 재차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 중국 은 재고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글로벌 공급 불안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은 시장은 이미 5년 연속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구조적 공급 부족 상태다. 특히 은 생산의 상당 부분이 구리·아연·납·금 채굴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돼 은 가격 상승만으로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다는 점도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옥 연구원은 "런던 시장 은 리스 금리가 연 30%를 넘어서며 역사적인 숏 스퀴즈가 발생했다"며 "미국이 은을 중요 광물 목록에 포함시키면서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금 부가가치세 면제 폐지로 금 대신 은 실물 투자가 가속화된 점도 은 가격 상승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금 대비 작은 실물 시장 규모, 기저에 있는 산업 수요와 가격을 좌우하는 투자 수요,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재고 집중이 은 가격을 지속적으로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은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옥 연구원은 "각국의 재정 리스크와 지정학적 불안, 경기 침체 및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내년에도 상존할 가능성이 크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 정책 불확실성, 미국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등도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은을 포함한 귀금속의 안전자산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시장은 미국이 내년 말까지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연준이 긴축 기조로 바뀌지 않는 한 은 가격 상승 모멘텀은 유효할 전망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옥 연구원은 내년 은 목표 가격으로 온스당 100달러(약 14만원)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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