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핫세는 수년간 유방암 투병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방절제술 후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병이 재발했고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핫세는 영국으로 이주한 뒤 13세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 영화 '더 크런치'로 데뷔했으며 1968년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을 맡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당시 15세였던 핫세는 작품의 성공과 함께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빼어난 외모와 순수한 이미지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고 이듬해인 1969년 골든글로브 신인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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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이 남긴 명성과 그림자━
핫세는 이후 공포 영화 '블랙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나일강의 죽음', '마더 테레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60여 년간 5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으나 2015년 영화 '관종'을 끝으로 연기 활동은 중단됐다.그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광과 함께 상처도 남겼다. 핫세는 로미오 역의 레너드 위팅과 함께 2022년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 속 베드신 나체 장면이 사전 고지 없이 촬영됐으며 당시 두 배우가 미성년자였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두 사람은 미성년자 성적 학대와 사기 등을 주장하며 영화 수익을 근거로 5억달러(당시 약 64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제피렐리 감독이 이미 사망한 점, 주연 배우들이 출연에 동의한 점 등을 들어 이를 기각했다. 2023년 디지털 복원이 포함된 재발매판을 계기로 다시 소송이 제기됐지만 판사는 "충분히 성적으로 암시적이지 않다"며 다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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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밖의 삶… 그리고 '영원한 줄리엣'━
핫세의 사생활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71년 배우 딘 마틴의 아들인 가수 딘 폴 마틴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으나 1978년 이혼했다. 1980년에는 일본 가수 후세 아키라와 재혼해 아들을 얻었지만 1989년 결별했다.1991년 미국 가수 데이비드 아이슬리와 세 번째 결혼해 딸 인디아 아이슬리를 낳았다. 인디아 아이슬리는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이며 그룹 아스트로 멤버 차은우의 솔로곡 '스테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국내에도 얼굴을 알렸다.
올리비아 핫세는 짧은 전성기에도 단 하나의 역할로 영화사에 기록된 배우였다. 70여년의 삶을 뒤로하고 별이 됐지만 그의 이름은 여전히 영화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사망 1주기를 맞아 전 세계 팬들은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줄리엣"이라며 추모의 뜻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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