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카드업계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며 새로운 결제 질서를 둘러싼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안았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2025년 카드업계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며 새로운 결제 질서를 둘러싼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안았다.
카드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카드 결제 구조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카드사나 PG(결제대행사), VAN(부가통신사업자)을 거치지 않고도 결제와 정산이 가능한 구조여서 상용화될 경우 가맹점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 기반 수익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PG는 온라인 결제 과정에서 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하는 결제대행사이고 VAN은 오프라인 카드 결제 승인과 전표 전송을 담당하는 중계 사업자다. 간편결제와 핀테크 기업들까지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을 보이면서 결제 경쟁이 카드–간편결제를 넘어 디지털 자산 기반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위협 인식과 함께 카드업계는 선제 대응에 나섰다. 지난 8월 여신금융협회는 금융업권 최초로 'CARD KRW'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 30건을 공동 출원했고, 협회와 9개 카드사는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무 논의를 시작했다. TF는 제도와 기술 분과로 나뉘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카드사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 가능성, 코인의 카드 결제망 연동 방안 등을 검토했다.

카드업계는 내년 1월 '개념증명(PoC)' 단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개념증명은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결제 환경에 적용하기에 앞서 기술적으로 결제와 정산이 가능한지 기존 카드 결제망과 연동할 수 있는지를 소규모로 시험해보는 과정이다. 업계는 이를 통해 제도화 이후를 대비한 기술적 준비 수준을 점검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결제 시장의 변화도 카드업계의 시선을 자극했다. 비자(VISA)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정산 파일럿을 운영하며 블록체인 기반 직접 정산 가능성을 시험 중이다. 해외 결제 과정에서 PG나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정산이 가능해질 경우, 결제 속도와 비용 구조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카드사가 강점을 가져온 결제·정산 영역을 재편할 잠재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B2B 해외 송금과 법인 거래 영역에서 먼저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담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지연되며 불확실성도 커졌다. 발행 주체와 감독 권한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면서 카드사 차원의 본격적인 사업 추진은 관망 국면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직접 발행보다는 결제·정산 인프라 제공자로서 참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카드업계 안팎에서는 2026년 제도 정비 속도와 함께 내년 진행될 개념증명 결과가 스테이블코인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본다. 시험 과정에서 결제·정산이 안정적으로 구현되는지 카드망과 PG·VAN을 대체하거나 연동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한지가 확인되느냐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이 카드사에 위협이 될지 새로운 기회가 될지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