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1조685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발표했다. 지난 11월 말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의 고객에게 내년 1월15일부터 고객당 총 5만원 상당의 쿠폰 4종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쿠폰 내용은 ▲쿠팡 전 상품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 2만원 ▲알럭스 상품 2만원 등이다.
업계에서는 이 쿠폰 금액들이 각 카테고리의 평균 판매 수수료 수익과 맞물려 회사의 실질적 손실이 '0'원이 되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회수 계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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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서 벌고 이츠 메운다… '제로 코스트' 설계 ━
한국소비자원과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소비자의 쇼핑 1회당 평균 지출액은 6만3500원, 쿠팡이츠 1회 평균 주문액은 1만5300원이다.
가장 규모가 큰 쇼핑 부문에서 쿠팡은 확실한 이익을 챙긴다. 2470만명의 활성 고객(전원 사용 가정)이 쿠폰(5000원)을 쓰기 위해 평균 6만3500원을 결제할 경우 쿠팡이 거두는 건당 수수료 수익(10.9%)은 약 6921원이다. 쿠폰 비용을 제하고도 1921원이 남는다. 이를 통해 쇼핑에서만 약 474억원의 순이익을 확보한다.
이 이익은 쿠팡이츠 쿠폰 비용과 유사하다. 쿠팡이츠 평균 주문액 1만5300원에서 7.8%의 중개수수료를 적용하면 쿠팡이 가져오는 금액은 1193원이다. 1239만명 전원 사용 기준, 쿠폰 지급 비용 5000원 차감 시 약 472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를 쇼핑에서 번 돈(474억원)으로 메우면 전체 손익은 2억원 이익 수준으로 균형을 맞춘다. 1조7500억원대 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오차범위 내 '손익분기점'(0원)에 수렴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셈이다.
업계는 쇼핑과 이츠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춘 쿠팡의 목적이 고단가 시장인 쿠팡트래블(2만원)과 명품 버티컬 알럭스(2만원)에 있다고 보고 있다. 객단가가 20만~30만원을 넘나드는 이들 상품은 판매될 때마다 쿠팡에 수만원대의 수수료 수익을 안겨준다. 쇼핑과 이츠로 트래픽을 모아 트래블과 알럭스를 홍보하고 추가 수익을 노리겠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홍민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장은 "쿠팡트래블에 상품을 올려놨지만 지난 1년간 거래 실적이 전무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없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죽어있는 카테고리에 트래픽을 유도하려는 명백한 '미끼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쿠폰을 쓰기 위해 결제한 돈조차 쿠팡은 40일에서 길게는 70일 뒤에야 판매자에게 정산해 줄 것"이라며 "결국 남의 돈으로 생색내고 이자 수익까지 챙기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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