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청문회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주관)를 필두로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가 합동으로 진행했다. 의원들은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대응과 노동 환경, 지배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경영진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불출석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안 의원은 "연 매출 41조원 기업에서 국민 2명 중 1명꼴인 3370만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는데 총수가 출석을 회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어 "지난 5년간 29명의 노동자가 과로 관련 사망으로 추정되는데도 산재 신청은 제한적"이라며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선 사안임에도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김 의장에 대한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위원장에 공식 요청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쿠팡의 소송 남발 행태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쿠팡은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나 노조, 시민단체에 소송을 제기하며 입을 막으려 했다"며 "오늘 참고인으로 출석할 입점업체 상인조차 보복이 두려워 칸막이 뒤에 숨어야 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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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보상 쿠폰으로 알럭스에서 양말 한짝도 못사"━
청문회 전날 발표된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유출을 '노출'이라 말장난하고, 판촉 행위에 불과한 꼼수 보상안을 내놨다"며 "김범석 의장 등 의사결정권자들이 국회에 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밝혀야 함에도 해외 체류를 이유로 불출석한 것은 대한민국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김현정 민주당 의원 역시 보상안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쿠팡 알럭스에 들어가 봤더니 최저가인 양말이 3만원이었다"며 "쿠팡이 보상으로 지급한 쿠폰 2만원으로는 양말 한 짝도 사지 못한다. 이는 국민과 국회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팡의 지배구조와 법적 대응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쿠팡 경영진과 산하 기업 대표들이 변호사들로 채워져 있다"며 "소비자와 주주를 생각하는 미국 기업이라면 오너 리스크를 조속히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과 행정안전부 등이 김범석 의장의 지분 및 부동산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탈세 의혹 규명을 위한 자료 열람을 요구했다.
지난 청문회에서의 위증 의혹도 제기됐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해롤드 로저스 법률고문(쿠팡 한국 임시대표)이 지난 청문회에서 과로사 사건 대응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위증 혐의 고발을 요청했다. 범여권인 정희경 진보당 의원 역시 이에 동조하며 위증 여부를 따져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들은 김범석 의장의 반복된 불출석과 자료 제출 거부가 이어질 경우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동행명령장 발부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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