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IPO는 강소기업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25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조 단위 대형 거래 부재에도 불구하고 우량 강소기업들의 약진과 제도 개선 효과로 양보다 질적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다. 내년에는 순연됐던 대어급 기업들의 본격 출격과 함께 IPO 시장이 사이클 상 고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씨엔에스만 남은 '빅딜'… 중복상장 잣대에 대기업 발묶여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77곳(코스피 7·코스닥 70)으로 지난해(78곳)와 엇비슷하지만 공모금액은 4조5667억원으로 3조9751억원보다 15% 늘었다.
공모금액이 늘었지만 조 단위 대형사의 상장은 LG CNS 하나뿐이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4월 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물러섰고 SK엔무브는 5~6월 중복상장 논란 끝에 SK이노베이션이 지분 30%를 8593억원에 되사오며 상장을 포기했다. 거래소가 모회사 주주 권익 보호 방안을 요구한 게 결정타였다.


에식스솔루션즈도 11월 예비심사를 신청했지만 중복상장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기업 자회사 상장에 대한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잣대가 LG CNS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기관 확약비율 6.5%→18.8% 3배 껑충… 공모가 왜곡 바로잡아
역설적이게도 대형 거래 공백을 메운 건 기술력 있는 중견·중소 기업들이었다. 바이오·로봇·첨단제조 분야에서 지에프씨생명과학(1444대1), 나우로보틱스(1395대1) 등이 기관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장 체질 개선의 핵심은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제도였다. 기관들이 일정 기간 보유를 약속하면 배정 물량의 30%(내년 40%)를 먼저 주는 방식이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기관투자자들의 평균 확약 비율은 지난해 6.5%에서 18.8%로 뛰었고 제도 시행 이후엔 40%를 넘었다. 확약 비율 40% 이상인 기업은 13곳, 20% 미만은 7곳이었는데 상장 후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3개 종목 모두 확약이 낮은 기업들이었다.


시초가 평균 수익률은 89.2%로 전년(64.4%)을 크게 웃돌았다.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어 가격 발견 기능이 정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이뱅크 등 대형 IPO 6~7곳 대기… "내년 7조 시장 연다"
흥국증권은 내년 신규 상장 기업 86곳, 공모 규모는 7조2000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 제도 개선으로 밀렸던 일정들이 한꺼번에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케이뱅크(예상 기업가치 최대 5조원)는 11월 예비심사를 신청하며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내년 7월 FI(재무적 투자) 계약 만료 시한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무신사(10조원 희망·업계 추정 4조~5조원)도 이달 초 학국투자증권·KB증권과 외국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JP모간을 주관사단으로 선정했다.

에식스솔루션즈, SK에코플랜트, 업스테이지, 리벨리온, HD현대로보틱스 등도 준비 중이다.

다만 거래소가 중복상장 유형별 가이드라인 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명확한 기준이 나올 때까지 대기업 계열사들은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