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재돌파하면서 항공업계는 여객 회복 국면에서도 비용 부담에 눌려 실적 반등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의 모습. /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70원을 넘어서면서 항공업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여객 수요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항공업계는 고환율이라는 구조적 부담에 가로막히며 실적 정상화 기대를 키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1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26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68.4원) 대비 5.6원 오른 1473.6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지난해 연말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다시 1470원대를 넘어섰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산업 구조 자체가 달러에 깊게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기재 리스료와 정비비, 연료비 등 항공기 운항을 위해 매일 지출하는 핵심 비용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된다. 환율이 오르면 노선 공급량이나 항공기 보유 규모가 같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매출원가는 실시간으로 급등한다.


항공유는 유가와 환율의 이중 영향을 받는 항목이다.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환율 상승폭이 이를 상회할 경우 원화 기준 연료비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는 이른바 '환율 역풍'을 맞게 된다.

기재 도입 과정에서 쌓인 외화 부채까지 더해지면 환율 상승은 곧바로 손익계산서에 부담으로 반영된다. 비용의 50% 이상이 달러에 연동된 대한항공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48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 항공사들이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하고도 당기순이익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가 반복되는 배경이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사정은 더욱 녹록지 않다. 대형사 대비 자본 여력이 제한적인 LCC는 환율 급등 시 부채비율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항공기를 대부분 리스 형태로 운용하는 구조상 매달 지급해야 하는 달러 리스료는 고정비 부담을 키운다.


항공업계도 자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선택지는 많지 않다. 주요 항공사들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유류비와 환율 헤지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항공기 운용 효율 개선과 노선 구조 조정을 병행하고 있다.

단거리 노선은 공급을 조절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중·장거리 국제선 중심으로 좌석 운영을 재편하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 이런 조치는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비용 부담을 근본적으로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운임 인상 역시 쉽지 않다. 항공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가격 민감도가 높다. LCC 중심의 단거리 노선에서는 운임 인상이 곧바로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선도 글로벌 항공사들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독자적인 가격 전가가 쉽지 않다.

고환율은 수요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다. 원화 약세는 해외여행 체감 비용을 끌어올려 항공권뿐 아니라 현지 숙박과 식비, 소비 비용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고환율에 따른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가 추산한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2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할 전망이다. 화물 사업의 수익성 보조를 받기 어려운 아시아나항공은 2450억원, 제주항공 1380억원, 진에어 54억원, 티웨이항공 22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고환율 기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산업연구원은 '2026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평균 환율을 1400.8원으로 예상했다. 향후 미·중 무역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하 속도 등에 따라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여객 수요 회복만으로는 손익 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항공업계 전반의 실적 정상화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