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90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나타나는 이날 종가. /사진=이동영 기자
새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간 코스피가 5000까지 단 100포인트도 남겨놓지 않았다. 현 추세를 고려하면 이번 주 내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3.92포인트(1.32%) 오른 4904.66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꿈의 지수인 '5000'까지 불과 95.34포인트(1.94%)만을 남겨둔 것이다.

이날 장 초반 약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힘을 받으며 12거래일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코스피 지수 산출 이래 두 번째로 긴 랠리다. 하루 더 오르면 13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1984년 2월2일과 2019년 9월24일에 이어 역대 최장 기록과 동률을 이루게 된다.


2025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0일 4214.17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1월2일 4224.53으로 개장해 4309.63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로 장을 종료했다. 이후 코스피는 불과 2주일 만에 4400선부터 4900선까지 차례로 돌파하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지수는 690.49포인트 올라 16.3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장 많이 오른 날은 5일로 하루에만 147.98포인트가 올라 상승률은 3.43%에 달했다. 상승률이 가장 낮았던 날은 8일로 1.31포인트(0.03%)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상승세에 2025년 12월30일 3477조8395억원이었던 시가총액도 19일에는 4056조8322억원을 기록해 578조9926억원 늘었다.


지수별로 보면 대형주를 중심으로 최근 주목받는 테마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방산과 피지컬 AI 분야가 대표적이다.

2일부터 16일까지 코스피 운송장비·부품의 상승률은 36.04%로 개별지수 중 가장 높았다. 이 지수에는 현대차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기아, 한화오션 등 최근 주목받은 피지컬 AI 및 방산 관련주가 대거 포함됐다.

이 외에 코스피200TOP10 26.55%, 코스피 기계·장비 24.38%, 코스피200 중공업 21.61%, 전기전자 20.17% 등이 코스피 전체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반도체 사이클, 1월부터 강세장 이끌어… "상반기 상승 지속, 하반기는 불확실성 커질 수도"
전문가들은 연초 코스피의 강세 원인을 AI와 반도체의 실적 상승에서 찾았다. 사진은 8일 분기 영업이익 20조원 돌파를 발표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시스
증권가 전문가들은 연초 코스피 강세의 원인을 AI와 반도체의 실적 호조에서 찾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AI 반도체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실적 상향 조정이 랠리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AI의 엄청난 수요가 확인된 것이 투자 심리를 강화했다고 봤다. 그는 "16일 발표된 TSMC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고객사들의 견고한 AI 반도체 수요가 '거품론'을 잠재우고 반도체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를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미국 쪽에서도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했다는 전망이 나온 한편 삼성전자가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한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점이 주효했다"면서 "시장 전망에 이어 실제로 실적 개선이 확인되면서 연초부터 2차 강세장이 찾아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여전히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단기간에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정해창 연구원은 "최근 주도주의 실적 전망이 오르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높지 않다"면서도 "다만 대형 주도주로의 쏠림과 단기간 상승으로 인한 피로도가 증가하는 조짐이 보이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승 연구원 또한 지속적인 상승을 전망하면서도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코스피가 급격히 오르긴 했으나 그게 반드시 미래의 약세를 의미하진 않는다"면서 "아직 기업 실적 전망이 상승세인 만큼 강한 랠리 후 바로 약세가 찾아올 것이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상반기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이는 이미 많은 전문가가 예상했던 부분이라 투자자들이 호재를 빠르게 선반영하고 있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흐름에 대해서는 상반기 강세를 예상하면서도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다소 신중한 시각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이미 예견된 바와 같이 AI 반도체의 업황 호조에 더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재정 확장 정책과 한국의 3차 상법 개정안은 상반기까지는 확실한 상승장을 이끌 것"이라면서도 "다만 하반기부터는 이러한 동력이 조금씩 소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승장을 이끈 재료는 약해지고 불확실성도 대두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반도체 업종의 이익 증가세가 2025년 9월부터 이어진 만큼 하반기엔 전년 동기 대비 다소 둔화할 수 있다"면서 "또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시각과 중간선거로 인한 미국의 정책 변동성 등이 하반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