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개편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가운데 발전 5사를 하나로 묶는 '한국발전공사' 설립안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발전 5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발전 5사 통폐합 논의는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이 공기업 통폐합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 대통령은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 당시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며 "통폐합을 해야 할 것 같다. 대대적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에 정부가 2040년 석탄 탈석탄을 목표로 내세우며 석탄화력발전을 주력으로 하는 발전 5사의 존재 이유가 약화했고 관련 논의 역시 빠르게 진행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발전 5사 통폐합 가능성을 꾸준히 시사하고 있다.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전 공기업과 한전 자회사 구조를 어떻게 개편하는 게 최선인지 신속히 검토하겠다"며 "12차 전기본이 확정되기 전에는 재편 방향을 정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달 에너지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도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완전히 폐지하고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화하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에너지 믹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면서 발전 5개사의 통폐합 문제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그동안 발전 5사 체제를 두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자주 나왔다. 2001년 공기업 구조조정·시장경쟁 촉진을 취지로 발전 5사가 분리됐지만 비슷한 사업 포트폴리오 속 비효율과 안전 문제만 반복했다는 진단이다. 이 대통령도 발전 5사 체제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5개 자회사로 분할되면서 경쟁 효과가 발생했냐"고 비판한 바 있다.
주요 지표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김형동 의원(국민의힘·경북 안동시예천군)이 전력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발전 5사의 석탄·LNG 발전기 기동정지 횟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2016년 석탄발전기의 기동정지 횟수는 426회, LNG 발전기는 9168회에 불과했으나 매년 꾸준히 늘어나 2024년에는 각각 1476회와 1만6188회로 증가했다.
발전 5사 내에서도 해당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도 지난해 공기업 통폐합 논의가 이뤄질 무렵 "공기업 발전 분야 통폐합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각자 보면 영역도 없고 발전사들도 분산되어 있어 관리 집중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흐름 속 발전 5사를 통합한 '한국발전공사' 설립안이 유력한 통폐합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원자력발전을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또 다른 자회사인 한수원을 제외한 5사 중심의 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부 방안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김성환 장관은 발전 5사를 통합하는 동시에 별도 재생에너지공사 설립안을 제안한 적이 있다. 발전 체계의 축을 석탄 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옮기는 한편 발전 5사 근로자들이 해당 공기업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는 활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재생에너지 공기업이 신설될 경우 해상풍력 담당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현재 350MW 수준인 해상풍력 보급 실적을 2035년 25GW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일각에선 통합 발전공사가 재생에너지 사업을 포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전 5사의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면서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빠르게 확대하는 게 골자다. 특히 재생에너지 사업이 포함될 때 본래 발전 5사에서 근무하던 발전 근로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행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김 장관은 "발전 5개사의 일종의 통폐합 문제를 포함해서 정의로운 전환 문제,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타격, 발전사 노동자 보호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며 "관련 구성원들과 함께 헤쳐가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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