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전, 민영화 등 연초부터 HMM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해운업 불황이 예고된 가운데 정치적 외풍까지 겹치며 HMM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HMM
연초부터 HMM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 이전 추진 상황을 재점검한 데 이어 동원그룹은 자금을 마련해 인수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 해운업 불황이 예고된 가운데 정치적 외풍이 거세지며 HMM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의 보고를 받던 중 "HMM은 언제 옮긴다고 하던가요"라고 물었다. 지난해 12월 부산 이전을 확정한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의 사례도 언급했다. 이에 김성범 해수부 차관은 "노사 협의가 진행 중인데 노조 측의 반발이 조금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HMM의 부산 이전은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이 물러난 이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전 장관이 이전안 전반을 총괄해온 만큼 사퇴 이후 추진 동력이 약화했다는 관측이다. 이달 중 예정이었던 HMM 종합 로드맵 발표 역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의 언급 이후 부산행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오는 3~4월에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전후해 경영진 차원의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육상노조가 동의 없는 이전이 강행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남은 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정성철 HMM 육상노조 위원장은 "내부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본사 이전에 대한 타당성이 도출되지 않았다"며 "회사와 노조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이전을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 대응 및 총파업을 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이전 논쟁 속 민영화 작업도 시동이 걸리고 있다. 포스코그룹과 동원그룹의 2파전 구도가 유력한 상황이다. /사진=HMM
3년 만에 재매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동원그룹은 동원산업의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에 대한 기업가치 산정 작업에 착수했다. HMM 인수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대규모 실탄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영권 매각이 본격화될 경우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포스코그룹과 '2파전'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10조원대로 추산되는 HMM의 몸값은 주요 변수다. 동원그룹의 자금력은 포스코그룹에 비해 열세에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재무 상태나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차입을 통해 인수를 추진하게 되면 HMM과 인수 회사 모두 어려워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 등이 추산한 HMM의 지난해 매출은 10조774억원, 영업이익은 1조4026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8%, 60% 줄었다. 글로벌 선박 공급 과잉과 미국의 고율 관세 영향으로 해상 운임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컨테이너선 시장의 수요 둔화와 공급 압박이 겹치며 올해도 운임 하방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핵심 이슈로는 수에즈 운하 통행 재개를 꼽았다. 현재 홍해 사태로 수에즈 운하 통항이 제한되면서 전체 컨테이너 선복의 약 6~8%가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는데 운하 통항이 재개될 경우 공급 과잉은 한층 심화할 수 있다.

정치적 외풍에 해운업 불황까지 겹치면서 HMM의 기업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에즈 운하나 신조선 발주 확대를 감안하면 올해 업황 전망은 상당히 안 좋다"며 "안정적인 경영이 중요한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의 본사 이전은 회사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했다.

HMM 관계자는 "불황이라는 사이클을 거스를 수는 없다"면서도 "신규 노선 개발과 냉동·대형 화물 등 고수익 특수 화물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수익성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