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구글 갑질 방지법)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규제한 세계 최초의 입법 사례로 주목받았다. 앱 마켓 시장의 절대강자 구글과 애플이 자사 앱 마켓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하며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법 시행 3년이 지난 현재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고 상징적 입법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구글 갑질 방지법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규제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구글과 애플은 제3자 결제 방식을 허용하는 대신 자사가 아닌 외부 결제는 접근성이나 편의성에서 불리하게 설계해 사실상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외부 결제를 사용하더라도 PG사 수수료(약 5~10%)를 추가로 부담하면 구글·애플의 인앱 수수료(30%)와 별 차이가 없어 중소 개발자들이 경제적으로 외부 결제를 선택하기 어렵다.
규제 당국이 이러한 현실을 파악해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구글과 애플에게 부과했지만 공염불인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 주요 업체들은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활용해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해 자체 결제 수단을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글로벌 플랫폼 규제의 본질적인 어려움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국내법만으로 국경을 넘는 디지털 서비스의 행태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기 어렵고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규제의 실효성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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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먹히지 않는 글로벌 AI 기업━
전년도 매출 1조원 이상이거나 국내 일평균 이용자 100만명을 넘는 해외 AI 사업자는 국내 대리인을 반드시 지정해야 한다.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규정과 동일한 기준으로 대리인은 한국 내 법인이나 법무법인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대리인이 실질적인 책임 주체로 기능하기보다는 해외 본사와 당국을 연결하는 연락 창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법적 책임과 의사 결정 권한이 해외 본사에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리인이 감당할 수 있는 역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는 구글 갑질 방지법과 유사한 문제로 AI기본법의 취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의 생성형 인공지능 '그록'(Grok)이 실존 인물의 사진을 성적으로 변형하는 이미지 생성을 허용해 딥페이크(가짜 이미지나 영상) 논란이 됐는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통제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 xAI 같은 해외 기업이 알아서 협조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AI기본법에 의거해 사실조사를 들어가면 사업장까지 들여다봐야 하지만 많은 데이터가 한국에 없는 해외 사업자들의 경우엔 조사 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영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글로벌 AI 기업들이 딥페이크 문제 등을 조심하고 있지만 만약 사태가 일어나면 사실조사에서는 국내 기업들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기본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언적 규제를 넘어선 실질적인 집행력 확보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대리인의 책임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고 단순 연락 창구가 아닌 법적 책임 주체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 본사가 규제 이행을 회피할 경우 적용할 수 있는 단계별 제재 수단 마련도 필요하다.
정보통신망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등 기존 법체계를 활용해 딥페이크와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선제적으로 규율하고 유예 기간 동안 제도의 빈틈을 정교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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