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에서 열린 '인공지능기본법 지원데스크 개소식' 에서 현판제막을 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부터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장, 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류제명 제2차관,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장. /사진=뉴스1


인공지능(AI)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토대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이 지난 22일 시행됐다. 2024년 12월 AI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1년 만이다. 유럽연합(EU)이 법안을 최초로 제정하고도 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로 집행을 유예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과 달리 한국은 AI기본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당초 글로벌 AI 규제 논의를 주도한 것은 EU였다. EU 집행위원회는 인공지능 윤리만으로 AI 위험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세계 최초로 AI 기본법 'AI 액트(Act)'를 제안했다. 2022년 말 생성형 AI '챗GPT' 등장으로 기존 법안이 파운데이션 모델 같은 새로운 AI를 담아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EU는 2023년 12월 수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EU는 2025년 11월 AI 기본법 핵심 조항 적용을 연기하고 규제를 완화한다고 발표하며 '디지털 옴니버스' 패키지를 통해 고위험 AI 규제 적용 시점을 2026년 8월에서 2027년 12월로 약 16개월 연기했다. 헤나 비르쿠넨 EU 기술 주권·안보·민주주의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기술 표준 미비로 기업의 준수가 어렵고 일관된 법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규제 완화가 역내 AI 산업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EU의 'U턴'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예정대로 법 시행에 나선 배경에는 규제보다 '예측 가능한 환경 조성'이 산업 경쟁력에 유리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 AI 기본법은 EU의 위험 기반 접근법을 벤치마킹했지만 규제의 성격은 다르다. EU가 실시간 원격 생체인식 등 특정 AI 활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강력한 방식을 취한 것과 달리 한국은 '고영향 인공지능'을 정의해 투명성 확보와 신뢰성 조치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금지 대상을 명시하기보다 사고 예방과 사후 관리에 중점을 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 시행 초기 기업의 제도 적응을 위해 1년 이상의 규제 유예 기간도 설정했다. 이 기간 과태료 부과나 사실조사 등 강제적 수단은 인명 사고나 인권 훼손 등 중대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 경우로 한정된다. 정부는 AI 지원 데스크 운영과 가이드라인 보완을 통해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산업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에 모호한 측면이 있어 우려된다"면서도 "규제가 산업 발전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제도 설계 시 산업 진흥 관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은 AI 기본법 시행에 대비해 자율적인 내부 거버넌스 구축에 나서는 등 선제적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제적 시행이 글로벌 AI 거버넌스 주도권 확보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철우 변호사(한국게임이용자협회 회장)는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의 육성만큼이나 급속한 발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제적 대응으로 규제 및 거버넌스 관점의 국제적 주도권을 확보하고 사회적 논의를 한발 빨리 진행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신뢰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고 했다.